젊은 시절을 생각하면 후회되는 일이 있다. 그야말로 ‘월화수목금금금’ 하며 쉬는 날 없이 앞만 보고 달렸던 것이다. 야근은 너무나 당연했고 주말 출근도 예사였다. 휴가를 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느 여름날이었다. 우연히 책상에 놓인 초등학생 딸의 일기장을 봤다. 이루고 싶은 소원이 적혀 있었는데 다름 아니라 아빠와 여행하는 것이었다. 또래처럼 값비싼 옷이나 장난감을 바라지 않고 고작 아빠와의 여행이 소원이라고 하니 가슴 한편이 찡하고 안쓰러웠다.
며칠 뒤 큰맘 먹고 휴가를 냈다. 가족과 멋진 추억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급하게 해수욕장을 물색했다. 하지만 인기 있는 휴양지에는 빈 방이 없었다. 숙박이 가능한 곳을 찾다 보니 결국 무더운 여름에 한적한 스키장을 갈 수밖에 없었다.
겨울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회사 일이 많아 휴가 날짜를 미리 정하기 어려웠던 탓에 아이들이 가고 싶어한 스키장을 예약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사람이 적은 해수욕장으로 갔다. 여름 스키장과 겨울 해수욕장을 경험한 이후 가족에게 낙제점인 가장이 됐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미안하고 씁쓸한 기억이다.
최고경영자로 일하면서부터 필자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바쁘다는 이유로 주저하는 직원들을 독려하며 강제로라도 휴가를 보냈다. 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소중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BNK금융그룹은 퇴근시간이 되면 업무용 컴퓨터가 자동으로 종료되는 ‘PC 셧다운’ 제도를 시행 중이다. 회식도 과도한 음주는 자제하고 가급적이면 일찍 마치도록 하고 있다. 혹시나 윗사람 눈치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필자가 먼저 앞장서서 휴가를 가고 직원에게는 장기 휴가를 권장하고 있다. 편안한 저녁시간을 즐기고 때로는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면서 직원 모두가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강조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문화가 사회 전반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 가정을 살피고 돌보는 일에 더욱 충실해야겠지만 개인 시간이 늘어난 만큼 경험과 견문을 넓히는 자기개발의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제는 어떻게 쉴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실천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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