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시각] 신흥국 금융위기, 한국 전염 차단해야

입력 2018-06-10 18:15  

美 6월 금리인상, 신흥국 위기 고조
韓, '먹구름 경제'에 가계부채도 심각
단기외채 등 리스크 관리 강화해야

권혁세 < 법무법인 율촌 고문·前 금융감독원장 >



아르헨티나 페소화에서 시작된 신흥국 통화위기가 각국의 금리 인상 조치에도 불구하고 진정되지 않자 2013년 5월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언급 당시의 ‘긴축 발작’보다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아르헨티나, 터키, 브라질은 연초 대비 각각 25%, 17%, 15% 수준으로 화폐 가치가 폭락했고 러시아, 멕시코, 인도네시아 등 여타 신흥국도 화폐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이로 인해 지난 몇 년간 브라질, 멕시코 등 신흥국 채권과 주식에 투자를 늘려온 국내 투자자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번 신흥국 통화위기는 몇 가지 점에서 2013년 5월 ‘버냉키 쇼크’보다 파장이 훨씬 클 것으로 전망된다.

첫째,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되지 않았는데도 신흥국 통화가 미국 국채금리 상승에 취약성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수차례 계속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할 때 신흥국들의 외자 유출로 인한 통화 가치 하락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 2013년 5월 당시보다 전 세계적으로 돈이 많이 풀렸다. 앨런 그린스펀 후임인 버냉키는 4년 재임 기간 동안 완만한 금리 정책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에서 탈출할 수 있었지만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에 거품이 많이 끼었다. 특히 이 기간에 선진국 시장의 넘치는 돈이 금리가 높은 신흥국에 유입되면서 많은 신흥국 부채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늘었다. 셋째, 트럼프발(發) 무역전쟁과 이탈리아의 정치 불안으로 인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위기 등으로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강(强)달러, 고(高)유가, 고금리로 인한 ‘신(新) 3고’는 경상수지가 나쁘고 부채가 과도해 위기 대응 능력이 취약한 국가의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넷째, 완전 고용에 가까운 미국의 고용 상태, 유가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황을 감안할 때 제롬 파월 현 의장이 버냉키와 같은 완만한 금리 정책을 추진하기는 어렵다.

이런 이유로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 확실시되는 6월에 ‘신흥국 금융위기설’을 제기해왔고,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최근의 신흥시장 상황이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 상황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대부분의 신흥국과 달리 원화 가치가 최근 몇 개월간 강세를 보이는 등 차별화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물론 최근의 원화 강세는 남북한 및 미·북 정상회담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에 영향을 받은 측면이 컸지만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와 4000억달러에 육박하는 외환보유액, 선진국 수준의 국가신용등급에 기인한다.

하지만 금융위기 역사를 보면 한국처럼 대외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 국가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전염될 가능성이 커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 몇 가지 측면에서 향후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첫째, 반도체를 제외하면 수출과 산업 생산율이 크게 둔화되고 있다. 특히 한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노골적 견제와 중국 기업의 추격이 우려스럽다. 둘째, 1400조원을 넘는 가계부채는 미국 금리 상승 시 한국 경제의 최대 아킬레스건이다. 한·미 간 금리 차가 커질 경우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며 소득 취약계층의 가계금융 부실이 증대할 수 있다. 셋째,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이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또 신흥국 금융위기는 신흥국 수출 비중이 60%에 달하는 우리 수출에 타격을 준다. 고유가도 수입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무역수지 악화 요인이다.

예상되는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한 신흥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가능성에 미리 대응해야 한다. 선진국과의 통화 스와프를 확대해 외환 방어막을 더욱 튼튼히 하고 가계부채와 단기외채, 해외 투자에 대한 리스크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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