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과 분노" "늙다리" 말폭탄, 취소 소동… 숨가빴던 10개월

입력 2018-06-11 17:31  

트럼프-김정은 12일 세기의 담판

美·北 정상회담 성사까지



[ 주용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8월8일 전례 없이 강한 어조로 “전 세계가 한 번도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북한을 압박했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직접 공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거듭하던 때였다.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선 “미국과 동맹국을 지켜야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트럼프는) 노망난 늙다리, 전쟁광”이라며 기싸움을 벌였다. 북한이 9월 6차 핵실험 후 “수소폭탄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히면서 긴장은 최고조로 높아졌다.

이랬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12일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미·북 정상회담을 한다. 지난 10개월을 되짚어봤다.

북한의 태도가 바뀐 건 올해 1월1일이었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면서 동시에 남북관계와 대외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다. 이어 2월9일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다. 폐막식에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남측을 방문했다.

3월8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평양을 방문하면서 상황이 급진전됐다. 이들은 김정은과 면담 후 곧바로 워싱턴DC로 날아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이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5월 중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의사를 밝혔다”고 발표했다.

이후 상황은 숨가쁘게 돌아갔다. 3월 말 김정은이 베이징을 극비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3월31일~4월1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리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당시 중앙정보국장)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과 면담했다. 미국과 북한이 서로 비핵화와 체제보장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4월27일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첫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렸다.

김정은은 5월7~8일 중국 다롄을 방문해 시진핑과 다시 정상회담을 했다. 이어 같은 달 9일 폼페이오 장관이 다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과 면담했고, 북한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 세 명이 다음날 송환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미·북 정상회담이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거칠 것 없어 보이던 미·북 정상회담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북한이 갑자기 한·미 간 연례훈련인 ‘맥스선더’를 트집잡아 남북 고위급 회담을 연기했다. 이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핵 해법으로 제시한 ‘리비아 모델’을 이유로 ‘정상회담 취소’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5월24일 공개서한을 통해 미·북 정상회담 취소를 전격 발표했다. 북한이 강력 반발할 경우 다시 위기가 고조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북한은 예상 밖으로 ‘대화 재개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김정은이 문 대통령에게 SOS를 쳐 판문점에서 2차 남북 정상회담(5월26일)을 열기도 했다.

이후 김영철이 5월31일 뉴욕을 방문해 폼페이오 장관을 만났고 6월1일에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한 뒤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12일 미·북 정상회담 개최’ 일정을 재확인했다. 열흘쯤 뒤인 6월10일 트럼프 대통령은 에어포스원(공군전용기)을 타고, 김정은은 에어차이나(중국국제항공) 전세기를 타고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두 정상은 12일 오전 9시(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역사적인 만남을 갖는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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