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난·소음공해… '애물단지'된 도시형주택

입력 2018-06-11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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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인 주거안정' 2009년 도입

주차장·소음기준 대폭 완화
저렴한 소형주택 공급 늘었지만
일조권 침해 등 주거요건 악화
법원 경매도 작년 1594건 급증



[ 민경진 기자 ]
올해 초 서울 용산구의 도시형생활주택으로 이사한 직장인 김대환 씨(35)는 집을 옮긴 것을 후회하고 있다. 그가 이사한 건물의 3분의 2는 오피스텔, 나머지는 도시형생활주택이다. 주변 오피스텔보다 전세보증금이 2000만원 정도 싼 데다 전철역에서도 가까워 선택했다. 그러나 두 달도 안 돼 후회하기 시작했다. 밤 12시까지 이중창을 열 수 없다. 철도와 행인들 소음 때문이다. 주변 비좁은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김씨는 “오피스텔이나 다가구주택으로 이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형생활주택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이는 1~2인 가구의 주거 안정과 저렴한 소형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2009년 도입한 주택 유형이다. 주차장 요건, 부대시설 요건 등을 완화해 좁은 공간에 최대한 많은 가구를 들일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규제 완화의 부작용은 심각하다. 거주자들이 주변 도로에 차를 대면서 주차장으로 변했다. 주변 주택보다 1층 높게 지어져 도시 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일조권 사생활 침해 논란에도 휩싸이고 있다.

◆전국에서 60만 가구 공급

도시형생활주택은 다른 공동주택과 달리 주택법상 소음·배치 기준 등을 적용받지 않는다. 관리사무소 및 어린이놀이터 등의 부대·복리시설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2009년 정부가 건축 기준을 대폭 완화한 결과다.

규제 완화의 하이라이트는 주차장 기준 완화다. 원룸형은 전용면적 60㎡당 한 대의 주차장만 갖추면 된다. 2~3가구당 한 대의 주차장만 갖추면 되는 것이다. 다른 공동주택은 적어도 가구당 한 대 이상의 주차장을 갖춰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초기 공급은 전용면적 50㎡ 이하 원룸형 주택 위주로 이뤄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09~2012년 사이 인허가된 도시형생활주택 23만25가구 중 19만4456가구가 원룸형이다.

도시형생활주택 공급도 급증했다. 전국 도시형생활주택 인허가 실적은 2009년 1688가구에서 2010년 2만529가구, 2011년 8만3859가구, 2012년 12만3949가구 등으로 늘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수익성이 좋아지자 집장사들이 너도나도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에 나섰다”며 “작년까지 공급된 도시형생활주택이 60만 가구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주거환경 악화의 주범

도시형생활주택의 등장으로 소형주택 공급은 단기간에 크게 늘었지만 대도시 저소득층 주거지의 주거환경은 더욱 나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부족한 주차공간이 문제다. 거주자들은 차를 세울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도로에 불법주차를 하고 있다. 화재가 났을 때 소방차가 진입할 공간이 없다. 주민 간 주차 분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2013년 5월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의 주차장 기준을 가구당 0.6대(전용면적 30㎡ 이하는 0.5대)로 강화했지만 주차 공간은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란 지적이다.

화재에 취약한 점도 문제다. 원룸형은 진입도로 폭이 4m면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다. 화재 발생 시 소방차가 진입하기 힘든 곳이 많다. 필로티 구조에 화재에 취약한 드라이비트로 마감한 주택이 많아 불길이 빠르게 퍼진다는 단점도 나타나고 있다. 2015년 1월 화재로 130명이 넘는 사상자를 낸 경기 의정부시 대봉그린아파트 역시 도시형생활주택이었다.

일조권과 조망권을 침해받기 쉬운 것도 문제다. 일반 공동주택의 경우 건축물 높이의 0.5배 이상 띄워 건물을 짓는다. 도시형생활주택은 0.25배만 띄우면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도시형생활주택에 가려 햇볕이 들지 않는다는 주민들의 민원이 일선 구청에 많이 들어오고 있다.

선호도가 떨어지면서 법원 경매로 나오는 도시형생활주택이 급증하고 있다. 저금리로 법원 경매 물건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줄었지만 경매에 나오는 도시형생활주택은 계속 늘고 있다. 법원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2015년 953건이던 전국 도시형생활주택 법원 경매 진행 건수는 이듬해 1428건, 2017년 1594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도 5월 기준으로 716건이 경매에 부쳐졌다. 전년 같은 기간 경매 진행 건수(661건)를 넘어섰다.

이 같은 부작용이 심각해지자 규제를 강화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늘고 있다. 인천시는 2016년 조례를 개정해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도 가구당 주차장을 한 대 이상 확보하도록 했다. 경기 부천 등 일부 지자체도 주차장 기준을 같은 수준으로 강화했다. 정부가 2012년 6월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면서 지자체가 필요에 따라 주차장 기준을 설치기준(0.5~0.6대)의 2분의 1 범위에서 강화 또는 완화할 수 있도록 해서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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