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문재인 케어'와 고르디우스의 매듭 끊기

입력 2018-06-11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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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권의 불평등 해소한다는 문재인 케어
의사들은 병원 경영 더 어려워진다고 반대
의료보험금을 올리든지 보건예산 늘려야

방문석 < 서울대의대 교수·재활의학 >



‘문재인 케어’를 둘러싼 정부와 의사협회 간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의사협회가 현 정부의 의료정책인 문재인 케어를 반대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케어의 근간은 현재 국민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급여 진료에 대해서도 보험급여화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의료보험 적용이 안 된 자기공명영상(MRI)도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 피부에 와 닿을 것이다.

진료 원가를 보전하지 않는 의료보험만으로는 경영하기 어려운 의료기관이 경영 수지를 맞추는 데 비급여 항목이 큰 역할을 해왔다는 것은 보건당국이나 의료기관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신(新)의료기술의 많은 부분이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돼 새로운 진단 기술이나 항암 요법의 혜택을 받으려면 고가의 의료비를 환자가 직접 부담해야 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으면 신의료기술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경제력에 따른 건강권의 불평등 문제도 심각하게 제기됐다. 다른 한편으로는 실손보험에 가입한 사람을 대상으로 과학적으로 검증이 덜 됐거나 불필요한 비급여 진료를 남발하는 일부 의료기관의 과잉 진료 문제도 지적돼 왔다. 어찌됐건 우리나라는 전 국민 의료보험을 실시하고 있는 만큼 이런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

그렇다면 의사협회가 문재인 케어를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어느 지역에 여러 음식점이 영업을 하고 있다. 어느 때부터인지 지방자치단체는 매달 주민의 소득에서 일정액을 점심식사 보험금으로 징수하고, 모든 식당에서 점심식사 보험으로 식사를 할 수 있게 했다. 백반은 이전에 대략 5000원 했는데 이제 주민은 300원만 내면 됐고 지자체는 식당에 3000원을 보전해줬다. 탕수육은 2만원이었는데 이제 주민이 2000원을 내면 지자체에서 식당에 1만3000원을 지급했다. 식당 주인은 보험 손님을 받으면 밑지지만 보험을 들지 않은 사람에게는 종전 가격을 받고, 보험 적용이 안 되는 새로운 비싼 요리를 팔아 식당 운영을 해나갈 수 있었다. 주민은 자신이 원하면 어느 식당에도 갈 수 있어 유명 대형 식당은 예약이 몇 달씩 밀리고, 골목 식당은 손님이 없어 더 운영이 어려워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어느 해부터는 전 주민 점심보험으로 확대돼 지역의 모든 주민이 점심보험의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 이제 보험이 없는 주민이 없어 모든 손님에게서 적자를 봐야 하니 식당 주인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저급한 재료를 써서 대량으로 점심을 팔든가, 새로운 요리를 많이 개발해 비싸게 팔아야 식당을 유지하고 직원 인건비도 댈 수 있게 됐다.

주민들은 저부담 점심 제공의 혜택이 있는 지자체의 정책 방향에 대체로 만족해하는 편이었다. 지자체와 점심보험공단에서는 국제 기준에 맞춰 식당 위생 기준을 강화한다며 수시로 영업 중 조사를 나왔고 위반 시엔 영업정지, 벌금 등 엄격한 조치를 하기 시작했다. 점심보험금도 원가에 못 미치게 주고 그마저도 몇 달씩 밀리는 점심보험공단과 지자체 담당부서에 대한 식당주인들의 불만이 쌓여갔다. 계산을 해보니 선진국 수준의 위생 기준을 지키며 질 좋은 메뉴를 제공하려면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보험금을 올리든지, 지자체에서 예산으로 모자라는 부분을 메워줘야 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런데 지자체는 올해부터 맛있고 비싼 모든 신메뉴도 점심보험 혜택을 제공하는 정책을 추진한다고 한다. 주민에게 보험금은 조금밖에 인상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면서다.

문재인 케어를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그런데 소비자인 국민은 비용 분담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의료계는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서도 이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 일부 학자의 주장을 불신한다. 의료계에서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괸다’는 속담으로 건강보험수가 정책을 비유한다.

영국 등 유럽 의료선진국을 보면 해결 방법은 명확하다. 의료보험금 인상이 어렵다면 국가예산에서 보건예산 비중을 확대하는 길밖에는 없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의 보건복지예산에서 보건예산을 충분히 확보하려면 복지 부문과는 별도로 힘 있고 전문성 있는 보건부가 생겨야 실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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