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리(북한)한테는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우리, 때로는 우리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다”며 “모든 걸 이겨내고 이자리까지 왔다”고 밝혔다.
김정은의 이같은 발언은 과거 북한의 태도와 비교해도 파격적이다. 일종의 ‘자아비판’으로 비춰질 수 있어서다. 김정은의 발언을 보면 미·북 정상회담을 결정하기까지 내부의 반대가 심했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릇된 편견과 관행’은 북한 내 강경파를 향한 비판 메시지 아니냐는 해석이다.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내 군부강경파가 비핵화에 반대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 나오기도 했다.
김정은이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볼 때 아버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그늘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김정일의 북한은 ‘벼랑 끝 전술’로 미·북 관계를 악화시켜왔다. 북한은 미국의 양보를 받아내기 위해 핵 고도화, 미사일 도발 등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해 왔다. 이는 유엔은 물론 미국의 대북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자존심과 정치적 명분을 중시한 김정일과 달리 실리적이고 과감한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통 큰 결단’을 내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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