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지출보다 큰 경제이익 얻어
정상들 묵은 호텔도 예약 급증
이미아 정치부 기자/싱가포르
[ 이미아 기자 ] 지난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세기의 만남’엔 ‘숨은 공로자’가 있었다.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이번 미·북 정상회담에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이익을 얻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5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당시 대만 총통(대통령)의 첫 양안(兩岸) 정상회담 유치에 이은 세계적 이벤트의 무대가 됐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싱가포르를 가리켜 ‘아시아의 제네바’라고 평했다. 1992년 미국과 북한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도출한 합의로 제1차 북핵위기를 넘긴 데 비유한 것이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미·북 정상회담에 드는 2000만싱가포르달러(약 161억원)의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간 약 900건의 국제회의를 여는 싱가포르로선 이 정도 지원이 가져올 광고효과를 충분히 감안했으리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싱가포르가 매년 여는 자동차 경주대회 포뮬러원(F1)에도 이보다 7배 많은 비용이 든다.
싱가포르 정부는 F1 대회 때 프레스센터로 쓰이는 3층짜리 건물을 3000여 명의 각국 취재진을 위해 개보수했다. 이렇게 개장한 미디어센터에선 기자들에게 비단 취재 장소만 지원한 게 아니었다. 1층에선 싱가포르 전통음식과 자국 브랜드의 식품이 제공됐다. 2~3층에선 싱가포르의 대표 뉴스채널인 채널뉴스아시아가 24시간 생방송됐다. 싱가포르 내 발행부수 1위인 더스트레이츠타임스도 비치됐다. 미디어센터는 거대한 ‘싱가포르 광고 무대’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였던 샹그릴라호텔과 김정은이 묵었던 세인트리지스호텔은 벌써 예약이 급증해 이달 숙박 가격이 평소의 2~3배로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 관계자는 “북한 최고지도자가 머물면서 시설과 보안 등에서 사실상 최고의 호텔이라는 공인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개발의 모델로 싱가포르를 참고하겠다는 뜻을 밝힌 점도 국가 이미지를 크게 올리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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