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촉진' 강조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재벌 개혁 동시 압박

입력 2018-06-14 17:37  

"물류·SI·부동산 비핵심 계열사 팔아라"

공정위 본연의 역할 미흡
시장 역동성 살리기에 집중
M&A 규제 개선 검토

일감 몰아주기 재차 경고

매각 늦어져 논란 지속 땐
공정위 조사대상 될 수도
매각 힘들면 계열분리 해라



[ 임도원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는 14일 김상조 위원장(사진) 취임 1년에 맞춰 ‘1년간 주요 추진 실적’ 보도 참고자료를 냈다. 자료는 15개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개편 추진과 순환출자 해소, 4대 갑질 취약 분야 종합대책 마련·시행 등 재벌 개혁 및 갑질 근절과 관련한 굵직한 실적들을 소개했다. 반면 혁신성장 및 경쟁 촉진과 관련해서는 중소 맥주사 유통망 이용 확대, 양식용 민물장어 치어 수입 연중 허용 등 지엽적인 몇 개 사안만 나열했다.

김 위원장은 이를 의식한 듯 기자간담회에서 “공정위 본연의 업무인 시장경쟁 촉진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혁신성장과 경쟁 촉진을 위한 규제 개선 및 경쟁법 집행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재벌개혁에 대해서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적어도 과거로 회귀하지 않는 비가역적인 변화가 시작됐다”고 강조해 고삐를 죄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시장 다이내믹스 살리겠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는 시장의 다이내믹스(역동성)를 살려야 한다”며 “지난 1년간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과 4차 산업혁명 대응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선 기업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할 방침임을 밝혔다. 그는 “기업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M&A 활성화 등 기존 규제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살펴보고 있다”며 “이와 관련한 여러 사안에 대해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개선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지주회사의 기업벤처캐피털(CVC) 설립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회사로 분류되는 CVC를 일반 지주회사에도 둘 수 있도록 해 대기업의 벤처기업 투자와 M&A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해외에서는 미국 구글, 인텔 등 대기업이 CVC를 설립해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운용하거나 다른 펀드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공정위는 또 혁신성장을 선도하는 중소·벤처기업의 기술이 시장에서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기술유용 행위를 근절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농산물도매시장, 공동주택 관리·유지보수 등 독과점이 굳어지거나 소비자 불만이 큰 분야는 시장분석을 실시해 경쟁 활성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비핵심 계열사 팔아라” 재차 압박

김 위원장은 “혁신성장을 끌어올린다고 해서 소득주도 성장이나 경제민주화의 속도를 떨어뜨리려는 것은 아니다”고 분명히 밝혔다. 재벌개혁과 관련해서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은 반드시 근절할 필요가 있다”고 다시 한번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경영에 참여하는 직계 위주의 대주주 일가는 주력 핵심 계열사의 주식만을 보유하고 나머지는 가능한 한 빨리 매각해 달라”고 주문했다. 비핵심 계열사의 사례로 시스템통합(SI), 물류, 부동산 관리, 광고 등의 업종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김 위원장은 “지분 매각이 어렵다면 가능한 계열분리를 해달라”며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공정위 조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갑질 문제와 관련해서는 “반복 위반 신고된 업체는 지방사무소가 아니라 본부에서 직접 관리할 것”이라며 “위반 행위뿐 아니라 해당 신고 업체 행태 전반을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현재 공정위 기준에 따라 5~15회 이상 반복 신고된 업체는 총 38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대기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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