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구의역 사고 책임에는 침묵하는 민노총

입력 2018-06-14 19:48   수정 2018-06-26 11:43

[ 조아란 기자 ] ‘비정규직은 혼자 와서 죽었고 정규직은 셋이 와서 포스트잇을 뗀다.’

2016년 5월28일 구의역 사고 당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를 보여준다며 유행한 말이다. 사고 이후 시민들이 스크린도어 포스트잇 메시지를 빽빽이 붙였는데, 이를 정리하는 서울메트로(현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은 포스트잇을 떼는 데도 안전하게 조를 짜서 다니더라는 말이다. 그만큼 국민 대다수는 김군이 하청업체 비정규직 직원이어서 사고를 당했다고 생각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 조합원들이 정규직화에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2년여 만에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했던 은성PSD 김군 소속 팀의 부팀장 신모씨가 집회 참가를 이유로 사무실을 무단 이탈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한경 6월14일자 A31면). 동부지법이 공개한 판결문은 “(신씨가) 무단 이석해 오후 2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서울시청 맞은편 노조 집회에 참석하다가 4시30분께 사무실에서 상황 인계만 받고 다시 집회 장소로 나갔다”고 적고 있다. 김군은 작업 현황을 지휘하는 상황팀장이 없는 채로 일하다 오후 4시57분 사고를 당했다. 은성PSD 노조는 민주노총 여성연맹 소속이었다.

신씨의 부재가 김군 사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정황은 또 있다. 그가 자리를 무단 이탈하는 바람에 당시 예비조 근무자였던 표모씨는 신씨를 대신해 장애 접수, 출동 지시 등의 업무를 해야 했다. 표씨는 경찰에서 ‘신씨가 자리를 비우지 않았으면 피해자는 자신과 같이 (현장을) 나갔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신씨가 집회에 가지 않고 제대로 근무했다면 김군과 표씨가 ‘2인 1조’로 안전하게 근무할 수도 있지 않았겠나 하는 아쉬움이 커지는 대목이다.

당시 신씨가 근무지를 무단 이탈해 참석한 서울시청 인근 집회는 인권과 관련한 집회였다고 한다. 집회 참가자들은 혐오 없는 평등한 사회를 만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로 그순간 김군은 홀로 일하다 사고를 당했다. 인력의 만성적 부족 등 구조적인 문제도 물론 컸다. 하지만 그의 이탈이 지금까지 알려지지도 않았다는 점은 적잖은 의문을 남긴다. 신씨가 소속된 민주노총은 ‘구조적인 문제’만을 줄곧 지적해왔다. 새로운 사실이 확인된 만큼 이제 ‘사과의 말’도 한마디쯤 꺼내야 할 시점이다.

조아란 지식사회부 기자 ar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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