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피타고라스의 정리처럼… 세계는 아름다운 규칙들로 가득하다

입력 2018-06-14 21:37  

뷰티풀 퀘스천

프랭크 윌첵 지음 / 박병철 옮김 / 흐름출판
552쪽│2만5000원



[ 서화동 기자 ]
“창조주는 우주에 다양한 질서를 자신만의 기호로 심어놓았다. 그렇다면 광활하게 펼쳐진 텅 빈 공간은 창조주에게 외면당한 공간일까. 아니다. 우리가 텅 비었다고 생각했던 공간도 놀라운 매질(媒質)로 가득 차 있다. 너무나 완벽하게 차 있어서 인간의 능력으로는 그것을 걷어낼 수 없으며, 아주 작은 흠조차 낼 수 없다.”

19세기 영국 물리학자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1831~1879)은 이렇게 주장했다. 맥스웰은 외르스테드와 패러데이에 의해 전기현상과 자기현상의 밀접한 연관성이 제기된 뒤에도 일목요연하게 설명되지 않았던 전자기현상을 ‘맥스웰방정식’으로 깔끔하게 정리한 인물이다.

맥스웰방정식 덕분에 전기·자기·광학 이론의 대통합이 가능했고, 현대 통신기술의 초석이 됐다. 맥스웰은 또한 색을 분리하고, 광도를 조절하고, 다시 합성하는 식으로 색상인식이론의 기초를 다졌다. 백색으로 보이는 빛을 분리해서 얻은 적색, 녹색, 청색의 세 가지 기본색을 재조합하면 모든 색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컬러사진과 TV, 컴퓨터그래픽 등이 이 원리를 이용한 장치다. 맥스웰방정식은 물질을 담는 그릇에 불과했던 공간을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는 매질’로 바꿔놓았다. 이런 대(大)발견에 영감을 준 것은 바로 ‘완벽함’의 상징인 창조주가 어느 한 구석인들 허투루 만들었을 리 없다는 생각이었다.

《뷰티풀 퀘스천》 은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프랭크 윌첵 미국 MIT 교수가 자연은 완벽하고 아름답다는 사실을 이론으로 정립해온 과학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저자는 조너선 그로스, 데이비드 폴리처와 함께 원자핵의 강력이론에서 점근적 자유성을 발견한 공로로 2004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현대물리학의 대가다. 그는 우주를 포함한 이 세상은 본질적으로 아름다우며 과학과 물리학의 역사는 이를 규명해온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이 세상은 아름다움을 간직한 하나의 예술작품이라는 것이다.

피타고라스는 아름다움의 개념이 수를 통해 이 세계에 구현돼 있다고 믿었다. 그가 복잡한 계산을 통해 밝혀낸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물체의 기하학적 형태가 숫자를 통해 연결돼 있음을 의미했다. 피타고라스는 음의 높이를 좌우하는 두 개의 법칙도 숫자로 밝혀냈다. 진동하는 현의 길이에 따라 음의 높낮이가 달라지고, 줄에 가해지는 장력이 간단한 정수 비율을 이룰 때 듣기 좋은 화음이 만들어진다는 것.

플라톤은 모든 면이 동일한 정다면체는 정사면체, 정육면체, 정팔면체, 정십이면체, 정이십면체 등 다섯 개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이들 다섯 개의 도형으로 만물의 이치를 설명하고자 했다. 불은 정사면체, 물은 정이십면체, 흙은 정육면체, 공기는 정팔면체이며 정이십면체는 우주를 구성하는 제5원소인 에테르의 형상이라는 것이다.

현대과학의 눈으로는 명백히 틀린 얘기지만 자연을 바라보는 플라톤의 관점은 이후 2000년 이상 과학적 사고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만물이 몇 가지의 기본단위로 구성됐다는 생각은 지금도 과학의 핵심 원리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그 기본단위로 원자를 생각했는데, 오늘날 원자는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뤄진 작은 핵과 그 주위를 도는 전자로 이뤄져 있고, 양성자와 중성자는 각각 세 개의 쿼크로 구성돼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만물의 복잡한 움직임을 수학에 기초한 몇 개의 단순한 운동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 뉴턴의 과학적 방법론인 ‘분석과 종합’도 플라톤에서 비롯된 사고방식이다.

20세기에 와서 아인슈타인은 고전역학을 대신할 새로운 중력이론인 일반상대성이론을 유도할 때도 국소 대칭(local symmetry) 원리를 이용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네 개의 힘(중력·전자기력·약한 핵력·강한 핵력)을 설명하는 현대의 코어이론(표준모형)에도 국소대칭 원리가 공통으로 적용된다고 한다. 수학적 대칭과 물리법칙 사이의 이 같은 긴밀한 관계는 20세기 초 독일 여성 수학자 아말리 에미 뇌터가 증명했다.

저자는 이 세계가 그 자체로 아름다움을 간직한 하나의 예술작품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세계를 단순하게 설명해주는 대칭구조와 수학적 규칙으로 환원되는 경제성이 그 아름다움의 비밀이라고 설명한다. 경제성은 최소한의 방법으로 다양한 효과를 얻기 위한 자연의 기제다.

저자는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수많은 과학자는 물론 철학과 문학, 예술의 주제들까지 불러내 자연의 아름다움에서 영감을 얻었던 과정을 들려준다. 여기서 아름다움은 복잡다단한 자연을 수학적 단순성으로 설명할 수 있을 때의 지적 쾌감과도 같은 의미다. 과학용어가 많아서 읽는 데 집중력을 요하지만 현대물리학자의 깊고 넓은 지적 편력에 감탄하는 것 또한 독서의 묘미다.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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