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저임금·근로단축, 영세 中企만 울린다

입력 2018-06-15 17:45  

글로벌 시장서 원가경쟁하는 中企
도와주진 못할망정 판을 깨선 안돼

백성기 < 한신모방 회장 >



지역경제가 몰락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조선소와 한국GM 공장이 문을 닫은 전북 군산에 이어 경남 거제, 통영·고성, 창원 진해구와 전남 영암·목포·해남, 울산 동구 등 조선업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5곳이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으로 지정됐다. 지역경제를 좌우하던 기업들이 경쟁에서 뒤처져 일감을 따내지 못했거나, 생산성이 떨어져 공장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게 된 탓에 지역경제에 찬바람이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노동 생산성을 웃도는 과도한 임금인상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근로자들이야 임금을 많이 받을수록 좋겠지만 고임금을 줘야 하는 기업들은 결국 문을 닫게 돼 있다. 국내 기업의 고비용·저효율 구조는 고착화되고 있다. 생산성은 떨어지는데도 임금은 지속적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업종별로는 차이가 있지만 조선·자동차산업의 경우 원가경쟁에서 밀린 지 오래라고 한다.

임금은 회사가 아니라 고객이 주는 것이다. 글로벌 원가 경쟁에서 밀리면 고객은 떠나게 돼 있다. 우리나라 기업 수의 99%, 고용의 9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중국, 동남아 기업들과 피를 말리는 원가경쟁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내 섬유기업도 마찬가지다. 모두들 원가경쟁에서 밀려 문을 닫기 직전이다. 게다가 값싼 수입제품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섬유산업 자체가 고사 직전이다.

근로자들은 더 좋은 임금을 주는 기업을 찾아 떠나게 돼 있다. 그러나 한국의 중소기업 근로자는 다른 직장으로 옮길 수도 없는 상황이다. 기업이 문을 닫으면 근로자들은 실업자가 되는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의 고용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중요한 까닭이다. 그러나 기업이 고용을 유지하고 또 늘리려고 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근로시간 단축까지, 기업현실을 도외시한 채 밀어붙이는 친노동 정책 탓이다.

최저임금은 얼마 되지 않지만 급격히 올리면 특히 중소기업에 큰 부담을 준다. 최저임금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임금총액을 끌어올리게 되며, 이는 곧바로 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근로시간 단축이 몰고 올 파장도 만만찮다. 대개는 3D업종인 중소기업은 청년 구직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형편이다. 최저임금을 올리고 근로시간을 단축해 고용을 늘리라고 하지만 그로 인한 청년 고용증대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원가 상승 요인만 쌓여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을 하려야 할 수 없게 될 뿐이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산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는 기업의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임금·노동 정책은 글로벌 원가경쟁 관계를 잘 살펴서 정해야 한다. 최저임금을 갑자기 많이 올려서는 안 된다. 근로시간 단축도 기업 현실을 충분히 파악한 뒤 시행해야지 탁상공론으로 되는 게 아니다. 민주노총 소속 대기업 귀족노조원의 평균 연봉이 억대에 육박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중소기업 사장들의 임금은 그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 편의점 주인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탓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보다 수입이 적어진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기업의 기를 살려주고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판을 깨서는 안 될 일이다. 기업인들이 신바람 나게 일을 해야 일자리도 생기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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