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黨 위기는 한국뿐 보수의 가치 못 지킨 탓"

입력 2018-06-15 17:50  

보수가 보수를 심판하다

英 보수당·日 자민당의 교훈



[ 박동휘/박종필 기자 ] 영국 보수당의 역사는 올해로 184년이다. 분열은 단 한 차례뿐이었다. 시장의 자유, 기회의 평등, 법치(法治) 등 불변하는 보수의 가치를 지킨 덕분이다. 일본 보수의 본류인 자민당은 끊임없는 개혁으로 59년간 장기집권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작년 2월 명패를 바꾼 지 불과 2년도 안 돼 지방선거 참패로 붕괴 위기에 놓였다. 보수 가치 복원과 개혁의 기치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신문은 ‘6·13 지방선거’에 앞서 정치 선진국으로 불리는 영국과 일본을 취재했다. 제프리 클리프턴브라운 영국 보수당 하원의원(사진)은 “한국에서만 보수정당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의 진단은 간단했다. “보수의 기본철학만 따른다면 질 수 없다”는 것이다. 클리프턴브라운 의원은 “한국당도 회원사로 가입한 IDU(국제민주연맹, 50여 개국) 소속 보수정당들은 선택의 자유, 가족 공동체 가치의 보호, 법의 보호, 언론과 무역의 자유 등 당을 지탱하는 기본적인 철학이 같다”며 “이 원칙을 지키는 보수당의 집권이 국제 정치의 추세”라고 말했다.

‘선진’ 보수당의 생존 비법 중 하나는 ‘개혁 코드’를 선점했다는 것이다. 영국의 버츠켈리즘(보수당이 노동당의 노선을 흡수해 체화하는 현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자민당도 시대의 변화를 적극 수용했다. ‘우파’ 아베 신조 총리는 최저임금 인상이란 복지 정책을 펴기 위해 법인세 인하라는 친기업 정책을 병행했다. 단순히 포장만 갈아 끼운 한국 보수당의 경제민주화와는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 보수당의 궤멸은 보수가치 실종과 함께 예고된 파국이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15일 “위기 진단은 없고, 초선과 중진이 싸움만 벌인 오늘 한국당 의원총회를 보니 당분간 여당 독주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동휘/런던=박종필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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