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혼수 구입부터 다단계 실적 올리는데 혈안된 시아버지

입력 2018-06-16 08:22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는 글을 공유하며 네티즌의 냉철한 조언을 들어보는 [와글와글] 코너. 오늘은 다단계를 하는 시댁 식구들에 대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결혼 5년 차 주부의 이야기다. 누군가에는 고민할 가치가 없다고 느껴지는 소수의 사연들이 사실은 내 가족이나 친구가 겪고 있는 현실 일지 모른다. 다양한 일상 속 천태만상을 통해 우리 이웃들의 오늘을 들여다보자.


"희망이 없어요."

결혼 5년차 A씨는 '희망 없는 결혼생활'이라는 제목의 글로 넋두리를 시작했다.

A씨는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 우연히 남자친구의 가족들이 다단계에 소속된 것을 알게 됐다.

예비 시아버지는 결혼 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A씨 본인은 물론 주위 사람에게도 제품들을 팔아오라고 종용했다.

혼수 준비도 마찬가지였다. 침구부터 정수기, 주방용품까지 모두 시아버지의 다단계를 통해 구입해야만 했다.

결혼 준비를 하며 믿었던 남자친구 조차 다단계 제품에 대해 '품질이 좋다', '이거 아니면 안 된다'고 말하기 일쑤였다.

결국 A씨는 마음에 들지 않았던 알레르기 침구 세트부터 정수기는 물론 구두, 주방세트까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구입해야 했다.

하지만 막상 결혼을 한 후 남편은 물론 시댁 식구들조차 A씨가 산 제품을 사용해 본 적이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제품 아니면 안 돼'라고 강조했던 발언들은 모두 실적을 올리기 위한 사탕발림이었던 것.

다단계 제품을 사용하지 않았던 이유조차 황당했다. 비싸다는 것이었다. 이로써 오로지 실적 때문에 A씨에게 강매한 사실이 입증됐다.

결혼생활이 지속될수록 시댁 식구들이 다단계 사업 강요는 도를 넘어섰다.

A씨 부부는 결혼 당시 대학원 재학중인 학생이라 양가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시아버지는 상가, 토지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지원도 없이 다단계 용품 판매에만 혈안이 돼 있었다.

이런 시댁 때문에 A씨는 날로 남편이 싫고 미워졌다. 시댁만 가면 남편은 늘 딴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시아버지 직업이 목사였는데 남들 앞에서는 고상한 척 하면서 속으로는 속물인 것 같아 그 괴리감을 참기도 어려웠다.

5년의 결혼생활에 회의를 느낀 A씨는 "앞으로 이런 상황이 계속 될 거라는 생각에 희망이 없다"며 "진심으로 사랑했는데 늘 신뢰를 깨는 남편에 대한 배신감에 우울하다"고 털어놓았다.

네티즌들은 A씨의 사연에 "며느리 혼수로 실적 관리하고, 그런 집이 있다니 충격이다", "다단계 하는 사람들이 인맥 때문에 교회 다니는 것 많이 봤다", "그런 시아버지가 목사라니 충격이다. 교회 다니는 사람으로서 화가 난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계속 다단계 제품을 사고 사업에 동참하길 바라는 시댁 식구들을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남편과 진지하게 대화를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구매할 여유가 없다고 말씀드리는 게 제일", "한 번 욕먹더라도 거절하는게 앞으로 살기 편할 것 같다. 한 번 배려하면 거절하기 힘들다", "의절할 것 아니면 '더 이상은 싫다'고 정확히 의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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