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막말 일삼아 참패했는데"
[ 박종필 기자 ] 자유한국당 내에서 6·13 지방선거 참패와 당세 위축에 따른 ‘책임 공방’이 본격화하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사진)가 떠나면서 그동안 지도부 리더십에 도전해왔던 옛 친박(친박근혜)계 중진의원들을 작심하고 비판해 당내 분란이 더 커지고 있다.
홍 전 대표는 지난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1년 동안 당을 이끌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은 비양심적이고 계파 이익을 우선하는 당내 일부 국회의원들을 청산하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마지막으로 막말 한 번 하겠다”며 유형별로 소속 의원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구체적으로 일부 의원을 △고관대작 지내고 국회의원을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 △친박 행세로 국회의원 공천을 받거나 수차례 하고도 중립 행세하는 뻔뻔한 사람 △탄핵 때 줏대 없이 오락가락하고도 얼굴·경력 하나로 소신 없이 정치생명 연명하는 사람 △이미지 좋은 초선으로 가장하지만 밤에는 친박에 붙어서 앞잡이 노릇 하는 사람 등으로 분류했다. 홍 전 대표는 그러면서 “이런 사람들이 정리되지 않으면 한국 보수 정당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라며 “가장 본질적인 혁신은 인적 청산”이라고 주장했다.
당내에서는 파문이 일었다. 실명만 거론하지 않았을 뿐 홍 전 대표가 지목한 유형의 인물이 누군지 충분히 짐작 가능하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친박 핵심으로 불리며 최근까지 홍 전 대표와 맞섰던 중진의원들을 겨냥한 것 아니겠냐”며 “홍 전 대표 본인뿐만 아니라 한국당 실패의 책임이 이들에게도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옛 친박계를 비롯한 일부 한국당 의원은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선거 패배의 절대적인 책임이 그동안 막말을 일삼은 홍 전 대표에게 있다는 것은 후보자들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라며 “대표를 위해 묵묵히 헌신한 당원들을 생각한다면 해서는 안 되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홍 전 대표의 발언을 계기로 당내에서 선거 패배 책임론을 둘러싼 공방이 일 것”이라며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당 수습방안 논의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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