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에 막힌 청년 정치인
각 당 신인 우대조항 만들지만
공천 보면 청년 비율 거의 '제로'
선거기간 제한·정당 '묻지마 투표'
돈·조직 없는 신인에겐 높은 벽
[ 박종필 기자 ]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보수진영을 대표해 공천을 받아 정치권에 도전했던 30대 정치 신인들은 제도권 정치의 높은 벽을 절실히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여러 차례 선거 경험과 선출직 경력을 갖춘 기성 정치인들이 쳐 놓은 기득권 때문에 힘든 선거를 치렀다고 털어놨다.
이준석 전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바른미래당)의 나이는 33세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후보(득표율 56.4%)에게 패했다. 처음 도전이 아니었고, 청년 후보 가운데서도 방송활동 등을 통해 비교적 인지도가 높은 편이었지만, 결국 구청장 출신으로 지역 텃밭이 견고한 52세 기성 정치인의 벽을 깨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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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후보는 각 당이 청년 정치 신인을 영입하겠다며 경쟁적으로 우대 조항을 만들고 있지만, 공천 결과를 열어보면 청년 비율이 제로(0)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을 위해 오랫동안 헌신한 사람부터 기회를 줘야 한다는 논리, 정치에서 나이 연륜을 강조하는 문화가 존재하는 연공서열이 있는 한 혁신은 요원하다”고 말했다.
지방의회 의원직에 도전했지만 낙선의 쓴 잔을 받아든 보수 후보들도 마찬가지였다. 경북 경주시의원에 도전했던 김소현 전 자유한국당 후보(30)는 “짧은 시간 내에 후보자를 알리려면 조직이 있어야 하는데, 처음 선거에 도전하는 상황에서 조직력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보수진영을 지지하는 청년으로서 보수 기반에서 성장해 왔다”며 “정치 입문과정에서 정권의 흐름과 민주당 지지세라는 벽을 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상시 선거운동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 보니 선거 기간이 아니면 후보자를 알릴 기회가 없다. 경기도의원에 출마했던 같은 당 배지환 전 후보(30)는 “지방의원 선거는 유권자들의 관심이 크게 떨어지다 보니 후보자를 가리지 않고 정당만 보고 투표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13일이라는 선거 기간 제한으로 인해 아무리 열심히 돌아다녀도 전체 유권자의 5%도 만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배 전 후보는 “선거운동 규제가 심한 선거법령과 당 중심의 투표성향 때문에 신인이 설 자리가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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