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문제가 EU 분열 불씨"… 포용 내세운 독일서도 내부 갈등

입력 2018-06-17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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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내무 "이슬람, 독일에 안 속해"
메르켈에 반기…연정 붕괴 가능성
伊는 난민 문제로 佛대사에 항의

유럽 곳곳서 극우정당 득세
EU 회원국 간 난민정책 엇갈려
"재정위기만큼 유럽 통합에 악재"



[ 유승호 기자 ] 유럽이 아프리카와 중동 등에서 넘어오는 난민 문제로 위기를 겪고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난민 구조선 아쿠아리우스호 입항을 둘러싼 외교 마찰을 가까스로 봉합했다. 난민에 포용적인 정책을 펴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연립정부 내에서 난민 수용에 부정적인 강경파의 반대에 부딪히자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루기로 했다. 난민 추방을 주장하는 극우정당이 집권하는 나라가 늘면서 난민 문제가 EU 분열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난민 문제로 갈라지는 유럽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내무장관이 메르켈 총리의 난민 정책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제호퍼 장관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독일 빌트지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은 기독교를 바탕으로 세운 나라”라며 “이슬람은 독일에 속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EU 내 다른 국가에 망명 신청을 했거나 신분증이 없는 난민의 독일 입국을 거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이 같은 방안에 반대하고 있어 연정이 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제호퍼 장관은 기독사회당 대표로,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의 연립정부 파트너다.

독일 DPA통신은 메르켈 총리가 난민 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EU 정상회의를 소집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 회의가 오는 28일로 예정된 정례 EU 정상회의 전에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난민 문제로 불거진 외교 갈등을 가까스로 봉합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 15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유럽으로 넘어오는 난민들의 입국 심사를 출신국에서 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탈리아가 난민 629명을 태운 아쿠아리우스의 입항을 거부하자 “무책임하고 냉소적”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노동산업부 장관이 “프랑스가 항구를 연다면 우리가 사람들을 보내겠다”고 반박하고 이탈리아 외무부가 주이탈리아 프랑스 대사를 초치하는 등 갈등을 빚었다.

◆‘반(反)난민’ 극우정당 득세

유럽 난민은 2011년 발발한 시리아 내전이 장기화하면서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에서도 대규모 난민이 발생했다. 지난해엔 70만 명이 넘는 난민이 유럽에 망명을 신청했다. 망명 신청국은 독일이 22만2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이탈리아 12만9000명, 프랑스 9만9000명, 그리스 5만9000명 순이었다.

난민이 일으키는 범죄 등으로 반난민 정서가 높아지면서 유럽 각국에선 극우 세력이 힘을 얻고 있다. 헝가리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에 이어 이탈리아 오스트리아에도 반난민 정책을 앞세운 세력이 집권했고, 독일에선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이 제3당으로 부상했다. 9월 총선을 앞둔 스웨덴에서도 반난민을 내세운 스웨덴민주당 지지도가 상승하고 있다.

EU는 재작년부터 난민정책 개혁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회원국 간 의견이 갈려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EU는 1997년 발효된 더블린조약에 따라 난민이 최초 입국한 나라에서 난민 지위를 신청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중해의 관문인 이탈리아와 그리스에 난민이 몰리고 있다.

이에 난민을 EU 회원국에 할당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헝가리 오스트리아 등은 난민 할당제에 반대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난민 문제가 재정위기만큼이나 EU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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