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겸재 정선 '회연서원'

입력 2018-06-1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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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 김경갑 기자 ] 경북 성주군에 있는 회연서원(檜淵書院)은 유형문화재 제51호로 지정된 명승지다. 조선 선조 때 유학자이자 문신인 한강 정구(1543~1620)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그의 제자들이 뜻을 모아 세운 곳이다. 사당과 강당, 동·서재, 신사당, 전사청, 견도루 등 옛 서원 건물이 잘 보존돼 있다. 서원 곳곳에는 크고 작은 매화나무들이 가득하다. 정겨운 흙담과 기와 사이로 성리학의 상징인 전나무와 새하얀 매화 꽃송이가 어우러져 절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한다.

조선시대 진경산수의 대가 겸재 정선이 이런 회연서원의 풍경을 놓칠 리 없었다. 1730년대 중반 경상도 청하(포항 일대) 현감 시절, 성주를 여행하며 무흘구곡의 시작점인 봉비암(鳳飛巖)을 배경으로 서원의 전경에 상상력을 더해 그렸다.

원경의 암산과 근경의 대가천은 간략히 묘사한 채 중앙에 서원을 배치하고 정면이 아니라 측면의 풍경에 역점을 뒀다. 우뚝 솟은 암봉은 도끼로 장작을 쪼갠 듯한 부벽준법으로 그렸다. 암봉 밑에 전나무(檜)를 그려넣어 유생들의 학문적 신념과 올곧은 기상을 은유했다. 그 옆으로 휘돌아 흐르는 대가천(淵)은 물결치는 필선으로 부드럽게 처리해 암봉과 전나무의 아름다운 조화를 꾀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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