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금융 불안보다 수출 둔화 더 우려한 이주열 한은 총재

입력 2018-06-19 15:35   수정 2018-06-19 15:4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 금리 인상 가속화와 이에 따른 신흥국 금융불안에도 불구하고 추가 금리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나타냈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 갈등 격화에 따른 직간접적인 타격과 고용 악화 등 불안한 국내 경제 현실에 무게중심을 두면서다.

이 총재는 19일 서울 태평로 한은 본관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기초 경제 여건이 취약한 일부 신흥국의 금융 불안이 좀처럼 진정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좀 더 확산된다면 리스크에 대한 국제투자자들의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자본유출입이나 가격 변수의 변동성이 수시로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이후 반년 가량 동결된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입장을 고수했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6년5개월 만에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통화정책의 방향을 틀었다. 그 뒤로 불확실한 국내 경제 성장세와 부진한 내수와 고용, 제자리 걸음인 물가상승률 등의 이유로 추가 금리 인상 시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한국(연 1.50%)과 미국(연 1.75~2.00%)의 금리 격차는 0.5%포인트까지 벌어진 상태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큰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나 양호한 대외 건전성을 감안해보면 단기간에 국내에서 대규모 자본이 유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실물지표나 각종 데이터를 갖고 분석해보면 국내 경제 성장이나 물가 경로가 지난 4월 한은 전망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미국과 중국간 무역 갈등 격화를 좀 더 우려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 규모나 위상을 감안할 때 두 국가 간 무역 갈등은 세계 교역과 성장은 물론 한국 경제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추이를 주의 깊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고용 악화도 지적했다. 이 총재는 “지난 5월 취업자 수 증가 규모가 10만명에 미치지 못한 상황”이라며 “자동차와 서비스업 등의 업황 부진과 일부 제조업의 구조조정 영향이 당초 예상보다 컸던 데 주로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또 “올 5월까지 고용 실적이 당초 예상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올해 취업자 수 증가 규모는 지난 4월 한은 예상치(26만명)를 밑돌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을 1월 30만명에서 4월 26만명으로 낮춘 뒤 오는 7월 수정 경제 전망 발표 때 또 다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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