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미·북 회담 놓고 얼굴 붉힌 한·미 전문가

입력 2018-06-1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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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워싱턴 특파원 psj@hankyung.com


[ 박수진 기자 ]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국제교류재단(KF)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로 남북한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을 평가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한국과 미국 사이의 물리적 거리만큼 양측 한반도 전문가들의 평가는 큰 간극을 보였다.

기조연설에 나선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은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에서 나온 두 합의문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이라는 목적지로 안내할 중요한 나침반”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 측 패널로 나온 백학순 세종연구소 소장과 김준형 한동대 교수도 북한의 비핵화 선택 및 미국의 과감한 체제 보장 인센티브(한·미 연합훈련 중단)가 한반도 긴장 완화와 동북아 정세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미국 측 패널들은 달랐다. 한·미 양국 정부의 ‘무개념’ 협상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수미 테리 CSIS 한국담당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비핵화 이행에 관한 구체적 약속이 없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을 ‘도발적’이라며 덜컥 내준 것은 터무니없고 이르다”고 지적했다.

인권 문제를 둘러싸고는 얼굴이 벌게지는 설전(舌戰)이 벌어졌다.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는 “인권과 평화를 외치는 한국의 민주화 세력들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침묵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쏘아붙였다. 그러자 김 교수는 상기된 얼굴로 “미국도 필요에 따라 독재자들과 악수하지 않느냐”며 “북한 핵 해결이 우선이기 때문에 말하지 않는 것일 뿐 후순위로 인권 문제가 다뤄질 것”이라고 했다. 행사 내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진정성을 믿을 수 있느냐’를 놓고 양국 전문가들 사이의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존 햄리 CSIS 소장은 “워싱턴의 ‘약간의 희망 섞인 회의론’과 서울의 ‘약간의 회의 섞인 희망론’이 큰 대조를 보였다”며 이날 세미나를 평가했다. 한국 측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훈련 중단이라는 인센티브를 던진 만큼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반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미 전문가들은 “북한이 과거 25년과 달라졌는지를 확인할 기회가 의외로 빨리 올 수 있다”는 분석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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