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 주제로 24일까지 열려
국내외 출판사 325곳 열띤 홍보
부스도 작년보다 화려해져 눈길
이승우·김탁환·이영도 등 유명작가
신간 10종 먼저 보는 재미 쏠쏠
21일부터 '독서 클리닉' 행사
'문학자판기'도 관람객 사로잡아
[ 심성미/윤정현 기자 ]
20일 오전 10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 A홀 앞. 평일 오전인데도 ‘2018 서울국제도서전’에 입장하려는 사람들로 줄이 길게 이어졌다.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윤진아 씨는 “요즘의 출판 트렌드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신간을 둘러보러 일찍 나왔다”고 말했다.
국내외 도서시장과 출판산업 동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국내 최대 책 축제 ‘2018 서울국제도서전’이 이날 코엑스에서 개막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주최로 오는 24일까지 열리는 이번 도서전은 국내관에 234개사, 국제관에 주빈국인 체코를 비롯한 프랑스 미국 일본 중국 등 32개국, 91개사가 참여했다.
올해 도서전 주제는 책을 대하는 엄숙주의와 선입관을 허물고 다양한 분야와 형태의 책을 포괄해 나가자는 뜻을 담은 ‘확장-new definition’. 이날 개막식에는 노태강 문체부 차관, 조희연 서울교육감, 김한정 노웅래 노회찬 국회의원과 출판계 주요 인사 등이 참석했다.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지난해 관람객이 비약적으로 증가했고 올해는 국내외 참가사도 대폭 늘었다”며 “서울국제도서전을 세계 유수의 도서전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승우·이영도·김탁환 신간 공개
다양한 도서전 행사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유명 저자들의 신간을 독점 소개한 ‘여름, 첫 책’ 코너였다. 이승우 작가의 새 단편 모음집 《만든 눈물, 참은 눈물》, 김탁환 작가의 《이토록 고고한 연예》, 10년 만에 신작을 내놓는 SF계의 거장 이영도 작가의 《오버 더 초이스》 등 신간 10종은 숲속을 연상케 하는 인조 잔디 위 작은 오두막에 가지런히 진열돼 있었다. 마음산책 관계자는 “이승우 작가의 신작은 이날 오전에만 30권 가까이 팔렸다”고 말했다.
유명 문학작품의 한 구절이 무작위로 뽑혀 나오는 ‘문학자판기’도 관람객을 사로잡았다. 버튼을 누르자 “노여운 순간이 왜 없으랴. 사소한 일일수록 용서할 구실이 없어 더 마음에 깊이 남았을 것이다”라는 김인숙 작가가 쓴 단편 ‘델마와 루이스’의 한 구절이 인쇄됐다.
독립출판잡지들을 한데 모은 ‘잡지의 시대’ 코너에는 악스트, 브로드컬리, 미스테리아 등 특색 있는 31개 잡지사가 모였다. 최인구 씨는 “철학 예술 요리책같이 세분화된 주제로 만들어진 잡지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어 새로웠다”고 말했다.
◆책 처방하는 ‘약국’ 북적
올해 도서전에는 독자들이 직접 참여하면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준비됐다. 독자들의 사연을 받아 책을 처방해주는 ‘읽는 약국’ 부스 앞에서 한참 서성이던 대학생 최모씨는 “얼마 전 한 회사에서 인턴을 했었는데, 일이 힘드니 사람이 싫어졌다”며 “혼자 있는 시간에 생각을 좀 정리하고 싶다”고 상담을 청했다. 얘기를 듣던 정지혜 사적인서점 대표는 카운터 위에 3권의 책을 올려놓았다.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였다. 그는 책의 저자와 내용을 간략히 설명하면서 “다채로운 일의 범위와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어느새 부스 오른쪽으로 긴 대기줄이 생겼다. 정 대표는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법한 고민에 힌트가 될 수 있는 책 30여 권을 골라 책 처방을 해주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21일부터는 시, 글쓰기, 예술, 과학 등 주제별로 시인과 평론가, 과학자들이 직접 나서 독자들과 함께하는 ‘독서 클리닉’도 운영된다.
심성미/윤정현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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