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경제, 이미 금융위기 때 수준이다

입력 2018-06-20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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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호황속 한국만 홀로 추락
美 금리인상에 통상전쟁도 격화
反시장·반기업 정책 전면 재고해야

오정근 <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



나라 안팎으로 경제위기의 경고음이 높아지고 있다. 경기는 하강국면을 지나 침체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설비투자, 건설투자 증가율은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고, 수출증가율도 낮아지고 있다. 전체적인 경기동향을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5월을 정점(100.7)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지난해 12월부터는 100을 밑돌고 있다. 100 아래면 침체국면을 의미한다. 성장률도 지난해 3분기를 정점으로 하락하고 있다.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의 두 배인 6만2000달러로 추정되는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이 3.8%로 한국을 크게 앞지르는 등 세계경제 호황 속에서 한국만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침체의 파장은 ‘고용 참사’로 나타나고 있다. 매월 전년동월비 40만 명 안팎으로 증가하던 신규취업자수가 2~4월 10만 명대로 떨어지더니 지난달에는 7만2000명으로 주저앉았다. 신규 대졸자만도 50여만 명이 나오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 청년 450만 명 중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생, 그냥 쉬는 청년 등을 합하면 실제로 노는 청년은 150여만 명으로 추산된다. 특히 최하위 20% 가구의 57%는 일자리가 없다는 조사도 나오고 있다. 이미 금융위기 때 수준이다.

나라 밖에서는 미국 금리인상, 유로존 양적완화 종료 등 선진국의 통화정책 정상화로 인해 아르헨티나가 국제통화기금(IMF)의 500억달러 구제금융에도 불구하고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있으며 브라질, 멕시코, 터키, 인도, 인도네시아 등 신흥시장국도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 가고 있다. 한국의 원화 가치도 급락하고 있다. 이미 연 0.5%포인트까지 벌어진 한·미 간 금리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어서 자본유출 위험이 커지고 있는데도 경기침체와 가계부채 문제 탓에 금리인상을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설상가상 경제마저 침체국면으로 빠져들고 있어 외국인투자자금 이탈이 본격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가뜩이나 통상전쟁도 격화되고 있어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 주력 수출품의 수출 전망도 어두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6·13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정부 여당은 무리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선거 압승 하루 만인 지난 14일 공정거래위원장은 순환출자 해소, 내부거래 단속 등 강도 높은 기업 지배구조 개혁에 이어 대기업집단에 물류, 시스템통합(SI), 부동산 등 비핵심 계열사 매각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동안 국회 주도권을 잡지 못해 묵혀 뒀던 상법개정안, 통상임금 문제와 관련해서도 더욱 공세적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 15일 예정에 없던 긴급이사회를 열어 월성1호기 원전을 4년 앞당겨 조기 폐쇄하고 신규 원전 4기 건설을 백지화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음달 시행되는 근로시간 단축은 또 한번 고용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그야말로 속전속결이다. 경기는 침체하고 고용참사가 이어지고 있는데 무엇 때문에 이런 반(反)시장, 반기업 정책을 밀어붙이는지 모르겠다.

지난해 프랑스에서는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는 신생정당의 당수였던 39세의 에마뉘엘 마크롱이 대통령에 당선돼 돌풍을 일으켰다. 마크롱의 선거혁명은 오랜 사회주의 정책을 펼친 프랑스 경제가 추락할 대로 추락해 실업률이 10%에 이르렀으며, 특히 청년실업률은 25%,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생 등을 포함한 체감 청년실업률이 70% 안팎의 가공할 수준에 이른 것이 배경이었다. 청년 10명 중 7명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오랜 고(高)복지정책으로 재정도 바닥이 나 청년실업자에게 충분한 사회안전망을 제공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자 마침내 법인세 인하, 노동개혁 등 기업친화적 일자리 정책을 내건 신생정당 당수에게 표를 몰아 준 것이다. 한국도 이 정도로 추락해야만 정신을 차릴 것인가. 프랑스의 교훈에서 배울 수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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