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교체에도 버티네"...전 정권 사람을 못자르는 이유는

입력 2018-06-20 18:35  



(조재길 경제부 기자) 정권이 바뀐 지 1년이 넘었습니다. 사회 곳곳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특히 공기업 등 공공기관은 변화를 주도하는 쪽입니다. 새 정부의 정책을 집행·실행하는 주체이기 때문이죠.

임기 5년인 대통령이 바뀌면, 공공기관 이사진은 자의든 타의든 물갈이가 되는 게 그동안의 관행이었습니다. 특히 공공기관장과 감사, 사외이사 자리는 일종의 전리품으로 취급되곤 했지요. 성일환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임기 만료를 1년 앞두고 돌연 사퇴했던 게 단적인 예입니다. 늘 그렇듯 사퇴 배경은 ‘일신상의 사유’입니다.

공공기관 이사진에는 규정상 2~3년의 임기가 ‘보장’되지만 정권 교체 후 알아서 나가지 않을 경우 검찰 수사 등 다양한 형태의 압박이 들어간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법인카드의 사적 사용을 문제삼아 형법상 배임으로 기소하는 건 흔한 방법 중 하나이죠.

그런데 과거와 조금씩 다른 양상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대표적 발전 공기업인 남동발전만 해도 최상화 상임감사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최 감사는 박근혜 대통령 때 청와대 춘추관장을 맡았던 인물이죠. 춘추관장은 청와대의 ‘얼굴’ 격입니다. 중부발전 사외이사인 오정섭 씨는 전 새누리당과 자민련(부대변인) 출신입니다. 임기를 다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와 달리 공공기관 인사를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공공기관 이사진 교체를 위해선 청와대 의중이 공기업을 관장하는 각 부처나 개별 후보추천위원회에 ‘정확하게’ 전달돼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습니다. 자칫 전달 과정에서 대화 내용이 녹취될 경우 추후 법적 처벌을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강원랜드 등 전 정부 때의 인사 개입 적폐에 대해 대대적인 쇄신을 공언한 정부여서 더욱 그렇습니다. 요즘 웬만한 부처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임직원들은 ‘휴대폰 자동 녹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기도 하구요.

현 정권에서 공공기관 인사에 마음대로 개입하지 못하는 데는, 총대를 메고 뛰어줄 ‘메신저’가 적다는 점도 큰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사회가 조금씩 투명해지고 있는 부분은 긍정적인 점입니다만. (끝) /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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