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날개 꺾인 '카풀 스타트업'… 직원 70% 해고

입력 2018-06-20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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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1위' 풀러스 김태호 대표 전격 사퇴

네이버·SK 등서 220억 유치
택시업계와 갈등으로 '삐걱'
지난해 영업손실 114억원
직원 50여명 중 30여명 해고



[ 임현우 기자 ] ‘카풀 규제’로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어온 승차공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풀러스가 결국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대표가 전격 사퇴했고, 직원 70%를 내보내기로 했다. 사업 모델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국내 승차공유 스타트업이 규제의 벽에 무릎 꿇은 ‘잔혹사’가 또 한 번 반복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김태호 풀러스 대표는 이달 초 열린 이사회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으며, 지난 18일 직원들에게 사퇴 사실을 알렸다. 다음날 풀러스는 직원 50여 명 중 최소 인원만 빼고 70%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회사 측은 “규제 문제로 인한 실적 정체 등으로 사업이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사업 모델 재점검과 구조조정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서비스 중단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풀러스는 스마트폰으로 승용차 운전자와 탑승자를 이어주는 카풀 중개 앱(응용프로그램)이다. 택시보다 최대 50% 저렴한 값에 카풀을 이용할 수 있어 관심을 모았다. 2016년 창업해 1년여 만에 회원 75만 명, 누적 이용 건수 370만 건을 기록했다. 다음 창업자 이재웅 씨의 투자회사 SOQRI는 물론 네이버, 미래에셋, SK 등에서 총 220억원을 투자받아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였다.

지난해 11월엔 운전자가 출퇴근 요일·시간을 골라 운행하는 ‘출퇴근시간 사전선택제’를 도입했다. 탑승객 입장에서 24시간 이용이 가능해진 만큼 본격적인 성장가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의 허점을 이용한 ‘불법 유상운송’이라며 경찰 조사를 의뢰했고, 국토교통부도 보조를 맞췄다. 정부가 ‘불법’ 낙인을 찍자 택시업계도 ‘생존권 위협’을 주장하며 들고일어났다. 전국택시노조 등은 국회, 서울시,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주최한 카풀 관련 토론회를 실력 행사로 줄줄이 무산시켰다. 국토부는 4차산업위의 ‘끝장토론’ 결과를 지켜본 뒤 해법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이었으나 토론판이 계속 깨지면서 진전이 없었다.

김 대표는 지난 3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풀러스 서비스는 법을 어기지 않았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어 “차라리 국토부나 서울시가 우리를 검찰에 고발했으면 좋겠다”며 “법원에서 불법으로 판정하면 처벌받고 서비스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만남 자체를 거부하는 택시단체에 대해서도 “우리 때문에 택시업계에 피해가 생긴다면 해결하겠다고 약속했고 어떻게든 협의의 장으로 모셔 오려 노력했지만 더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토로했다.

풀러스는 지난해 영업수익(매출)이 13억원에 그친 반면 영업손실은 114억원에 달했다. ‘실탄’이 점차 고갈된 데다 카풀 규제가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자 추가 투자 유치에도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영에 상당 부분 관여해온 이재웅 씨 등 투자자들과 김 대표 간 갈등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풀러스와 더불어 양대 카풀 스타트업으로 꼽혀온 럭시는 올초 카카오에 인수됐다. 그러나 풀러스처럼 정부, 택시업계와 똑같은 마찰을 겪으면서 카카오는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스타트업인 콜버스는 물론 미국의 우버조차 서울시 제동으로 서비스를 접은 바 있다.

스타트업업계 관계자는 “과연 정부의 규제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지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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