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脫원전 비용 수조원, 국민이 낸 전기료로 메우겠다는 정부

입력 2018-06-21 18:11  

산업부, 전력기반기금 활용할 듯

한수원 예산 등 당장 지원금만 1조4000억
원전 백지화 보상액 합하면 3조 넘을 수도
지역경제 지원 비용은 추산조차 힘들어



[ 성수영 기자 ] 노후 원전 조기폐쇄와 신규 원전 백지화 등 급격한 탈(脫)원전 정책에 따른 산업계와 지역경제 피해가 우려되자 정부가 뒤늦게 보완조치를 내놓기로 했다. 한국수력원자력 등 원전업계 손실을 보전하고 원전 건설 예정지역 주민들의 피해를 보상하겠다는 내용이다.

지원 금액은 많게는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와 한수원이 직간접적으로 지원을 확정한 금액만 1조381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다 신규 원전 6기 백지화로 인한 매몰비용과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비용을 합하면 최소 3조원가량이 추가 지원돼야 할 것이란 추산도 나온다. 재원 조달은 국민이 내는 전기료의 3.7%를 적립해 마련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작년 말 잔액 3조7000억원)을 사용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원전의 막대한 후유증을 국민이 낸 전기료로 메우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부·한수원, 1조4000억원 투입

산업통상자원부는 21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조정점검회의에서 ‘에너지전환(원전) 후속조치 및 보완대책’을 보고했다. △원전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한 연구개발 역량 강화 △원전 관련 기술인력 확보 △경북 영덕 등 원전 건설 취소지역 지원이 골자다.

정부는 지난 14일 한수원에 보낸 공문에서 탈원전 정책으로 한수원이 입은 손실을 보전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어디서 재원을 조달해 손실을 보전해줄지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산업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박원주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만약 전력기금을 재원으로 하면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고쳐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산업부가 밝힌 계획에 따르면 이번 대책으로 지출이 예상되는 금액은 1조3810억원이다. 한수원 예산(1조810억원), 기타 공공기관 예산 및 민간투자(500억원), 중소벤처기업부 긴급경영안전자금(2500억원) 등을 사용할 계획이다.

◆추가 비용 수조원대 예상

하지만 정부가 신규 원전 백지화 등으로 한수원에 보상해야 할 금액까지 합치면 비용은 배로 치솟는다. 한수원이 월성 1호기 조기폐쇄로 입은 전력 판매 손실 1조2000억원(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실 추정)과 신규 원전 6기 백지화 매몰비용 9955억원(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실 추정)을 합하면 2조2000억원의 비용이 추가된다. 박 실장은 이에 대해 “추가 비용 가운데 탈원전 정책으로 발생한 ‘정당하고 적법한 금액’만 정부가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경제 피해 지원 비용은 추산조차 어렵다. 산업부는 원전 건설 취소지역에 대해서는 산업부와 관련부처 예산으로 지방자치단체가 희망하는 사업을 지원한다는 계획만 제시했다. 원전 관련 지역 지원금은 지역별로 에너지재단을 설립해 관리할 계획이다. 지원 금액은 미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역주민 피해 보상 금액과 원전 인력양성 비용 등은 아직 명확히 추산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탈원전 비용, 혈세로 보전”

결국 탈원전 정책 비용을 국민 혈세로 부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 뒤 전력 관련 공공기관 부채는 급증세다. 한수원 부채는 지난 3월 말 29조8153억원으로 1년 만에 2조8000억원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06.2%에서 116.7%로 높아졌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전력기금은 적정 수요 관리를 하고 연구개발에 투자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된 것”이라며 “정부의 무리한 정책에 따른 손실을 메워주는 데 쌈짓돈처럼 쓰겠다는 건 원칙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원전 건설 예정지역 주민도 이번 지원 대책이 미봉책이라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손석호 영덕읍 석리 생존권대책위원장은 “오락가락하는 원전 정책으로 지역을 지켜온 80세가 넘은 어르신들만 피해를 봤다”며 “대체사업으로 산업단지 등이 들어서도 고령의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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