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봤습니다] 안전사양·효율 챙긴 '이쿼녹스'…"30~40대 엄마車로 괜찮네"

입력 2018-06-24 06:48  

다운사이징 1.6 엔진, 도심운전 불편없어
노면 소음 적고 부드러운 주행감
고속 연비 14.7㎞/L 나와
실내 디테일은 떨어져




'젊은 엄마들이 좋아하겠네'

쉐보레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이쿼녹스를 운전해본 느낌은 이랬다. 힘 좋은 성능에 남성적인 외관을 갖춘 싼타페나 쏘렌토와는 색깔이 약간 달랐다. 여성들이 편하게 운전할 수 있는 SUV 같았다.

시장에선 이쿼녹스가 나오자 국산 SUV 대표주자들과 비교를 많이 한다. 그런데 직접 몰아보니 이 차의 성격은 라브4(도요타)나 CR-V(혼다)와 비슷했다. 차 크기로 보나 '3000만원대 수입 SUV'라는 가격도 그랬다. 부드러움을 강조한 디자인과 주행 감성은 어쩌면 QM6와 닮았다는 느낌마저 줬다.

싼타페와 쏘렌토는 40~50대 아빠들이 좋아하는 차다. 이쿼녹스는 덩치가 약간 더 작고 안전사양이 풍부해 아이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들이 운전하기 좋을 것 같았다. 한국GM은 타깃 고객군으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30~40대를 겨냥했다.

쉐보레 관계자는 "실제로 미국에서는 여성 운전자들이 이쿼녹스를 많이 탄다"며 "다양한 안전사양이 들어가 뒷자리에 아이를 태우고 운전해야 하는 엄마들에게 잘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에 위치한 카페 소솜을 왕복하는 약 90㎞ 구간을 달렸다. 도심 주행과 고속 주행을 골고루 느껴봤다.

시승 차량은 배기량 1598㏄ 디젤 엔진에 말리부에 장착된 3세대 6단 자동변속기와 조합을 이뤘다. 시동을 걸고 가속 페달을 밟았더니 디젤 차 특유의 토크가 속도를 끌어올렸다.

스펙을 보면 성능은 최고출력 136마력, 최대 토크 32.6㎏·m다. 싼타페 2.0 디젤 차량(186마력, 41.0㎏·m)과 비교하면 수치는 작다. 하지만 체감 성능은 크게 부족하지 않았다. 디젤 차의 강점인 토크 힘이 좋아 시내 운전에서 치고 나가는 맛은 전혀 스트레스를 주지 않았다.

시속 120㎞까지 가속 반응은 SUV보단 세단을 타듯 부드러웠다. 막 출고된 신차여서 엔진 소음이 적었는데, 노면 소음과 진동이 운전석에 거의 전달되지 않았던 점은 인상적이었다.

자유로 고속 주행시 속도를 끌어올리는 출력은 2.0L 이상 디젤 SUV보다 다소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서울 시내에서 시속 140~150㎞로 운전할 일이 거의 없다는 점에선 트집을 잡을 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쉐보레는 이쿼녹스에 안전사양을 풍부하게 넣었다고 강조했다. 전방충돌경고, 전방거리감지, 차선이탈경고, 차선유지보조, 사각지대경고 및 후측방경고 등 첨단 능동 안전 시스템을 기본 탑재했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잡았다. 안전성 하나는 그 누구보다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운전에 다소 미숙한 엄마들이 선택하기엔 충분히 가치를 느낄만한 대목이다.

운전 중 전방추돌과 차선이탈을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기능이 작동했다. 앞서가는 차량에 바짝 다가갔더니 시트에 진동이 울리면서 전방 유리창에 붉은 램프가 점멸됐다. 캐딜락 XT5에서 먼저 경험해본 '햅틱시트' 기능이다. 중앙선을 살짝 넘어갔더니 스티어링 휠에 진동이 왔다.

변속기 조작은 중형 세단 말리부와 같았다. D모드는 매뉴얼 조작이 안돼 L모드에서 변속기 윗부분에 있는 버튼 조작으로 기어를 바꾸게 돼 있다. 기어 변속을 쉽게 할 수 있는 더블클러치변속기(DCT)와 달리 운전 재미를 반감시켰다. 요즘 보편화된 기능인 주행모드 전환 장치는 없다.

파주에 도착해 테일게이트를 열어봤다. 트렁크 공간은 최근 타봤던 신형 싼타페보다 약간 작아 보였다. 트렁크 바닥 아래에 '시크릿 수납공간'이 있었다. 돋자리, 휴대용 버너 등 주말 야외활동 갈때 간단한 짐을 넣으면 유용해 보였다.


파주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코스에서 실주행 연비는 L당 14.7㎞ 나왔다. 4륜구동 모델로 시승했던 이 차의 복합 연비는 12.9㎞/L다. 더운 날씨에 에어컨을 가동하고 급가속을 몇 차례 했던 점을 감안하면 고속 연비는 합격점을 줄만했다.

실내 마감 처리가 세련되지 못한 것은 보완점으로 꼽고 싶다. 콘솔 박스 앞의 변속기 주변은 다소 투박했다. 블랙하이그로시 및 크롬 소재를 활용했다면 약간 더 세련미를 뽐냈을 것 같다. 연식 변경 때 보완이 필요해 보였다.

가격은 2987만~4040만원 사이다. 5가지 세부 트림에 옵션 사양은 전자식 AWD(상시 4륜구동·200만원) 패키지만 구성해 추가 비용은 최소화했다. 시승 후 구매자로 가정하고 견적을 뽑아봤다. 개인적으로 선호 품목인 운전석 전동시트에 와이드 파노라마 선루프를 골랐더니 실구매가는 3599만원(LT 익스클루시브 트림) 나왔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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