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의 '2인자로 살아 남은 법'
[ 정인설 기자 ]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반평생 2인자로 살았다. 정권 교체 때마다 끊임없이 견제를 받았지만 그때마다 특유의 결단력으로 위기를 돌파하며 ‘넘버2’로 건재했다.
2인자의 삶은 35세 때인 1961년에 본격 시작됐다. 당시 육군 중령으로서 처삼촌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 군사정변에 가담하며 정치 전면에 등장했다. 같은 해 중앙정보부를 창설해 초대 부장에 오른 뒤 1963년 공화당 창당을 주도했다. 1971년부터 1975년까지 4년6개월간 국무총리를 지내며 ‘박정희 후계자’로 입지를 굳혔다.
그러나 5공 신군부의 등장으로 정치적 영어의 몸이 됐고 민주화 바람 앞에서 입지가 흔들렸다. 1990년 3당 합당을 통해 또다시 2인자의 길로 들어섰다. 내각제 파동과 2001년 DJP 연합 파기로 정치적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4년 17대 총선을 통한 재기를 노렸으나 참패했다. 이후 정계 은퇴를 선언하며 2인자 정치 인생을 마감했지만 굵직한 현안이 있을 때마다 목소리를 내왔다.
김 전 총리는 이런 2인자의 삶에 만족해했다. 그는 유언집 《남아있는 그대들에게》에서 “간혹 나에게 ‘2인자’라는 호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2인자임을 억울하게 여기거나 실패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며 “2인자는 성공의 지표이지 결코 실패의 대명사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에 1인자는 한 명밖에 없는데 우리는 1등, 1인자만을 원한다”며 “누구나 최고가 되기를 원하는 분위기에서는 결코 행복한 사회, 성공한 사회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전 총리는 2인자로서 장수한 비결을 두 가지로 요약했다. ‘절대로 1인자를 넘겨다보지 않는 것’과 ‘성의를 다해 일관되게 1인자를 보좌한다는 인상을 주라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그는 유언집에서 “비굴할 정도는 안 되겠지만 품격을 유지하면서 고개를 숙여야 하며 이때도 2인자다운 논리가 서야 한다”며 “조금도 의심을 받을 만한 일은 하지 말고 때가 올 때까지 1인자를 잘 보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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