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金 시대'의 종언… 巨頭 사라진 한국정치, 지역주의도 저물다

입력 2018-06-24 19:01  

김종필 前 국무총리 별세

JP가 걸어온 길

5·16 군사정변 기획자로 정계 입문
3당 합당·DJP연합 주도
"지역주의·계파정치 조장" 비판도



[ 김우섭 기자 ]
지난 23일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작고로 길게는 1970년대 이후, 짧게는 1987년 이후 한국 정치를 지배했던 ‘3김(金) 시대’의 주역이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했다. 하지만 공과에 대해선 “한국의 산업화와 민주화에 힘을 보탰다”는 긍정론과 “지역주의와 계파정치를 강화해 한국 정치의 퇴행을 가져왔다”는 비판이 극명히 엇갈린다.

◆지역주의 폐해 불러온 3김 시대

김 전 총리는 35세 때인 1961년 처삼촌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 군사정변을 주도하며 한국 현대 정치사에 등장했다. 초대 중앙정보부장과 공화당 총재를 맡아 탄탄대로를 걸었지만 1인자의 끊임없는 견제를 받았다. 그는 압박 끝에 1963년 1차 정계 은퇴 이후 1968년 박정희의 3선 연임 개헌에 반대했으며 1972년 유신 개헌 때는 권력의 중심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1987년 민주화 항쟁으로 탄생한 대통령 직선제는 역설적으로 김 전 총리를 한국 정치의 전면으로 다시 한 번 끌어올리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상도동계(YS), 동교동계(DJ), 청구동계(JP)로 상징되는 3김 시대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3김 시대는 노무현 대통령 시대까지 15년가량 지속됐다. 다만 결국 1인자에 오른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과 달리 김 전 총리는 ‘킹메이커’에 머물렀다.

1990년대는 3김 시대의 절정기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 전 총리는 1990년 집권여당과 연합하는 ‘3당 합당’(민정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 합당)에 참여해 거대여당인 민주자유당을 구성했다. 1988년 4월 치러진 총선에서 각각 영남, 호남, 충청의 표를 결집하면서 여소야대 구도를 만들어준 민의에 반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김 전 총리는 3당 합당과 관련해 “국민의 대동단결, 정치권의 통합이 필요했다”며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1992년 대선에서 승리한 김영삼 전 대통령은 김 전 총리와 협력 관계를 유지했으나 민주계의 축출 움직임에 반발한 김 전 총리가 1995년 민자당을 탈당한 뒤 충청권을 기반으로 자유민주연합을 창당하면서 다시 결별했다.

◆정치 9단, 지역주의 극복 못하고 퇴장

1997년 대선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김 전 총리는 이회창 대신 김대중의 손을 잡았다. 김 전 총리는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진 빚을 갚을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DJP(김대중 김종필) 연합은 2001년 9월 내각제 개헌 약속이 이뤄지지 않아 해체됐다. 이후 2004년 4월19일 총선 패배를 책임지고 정계에서 은퇴했다.

정치에서 입신(入神)의 경지에 올랐다는 ‘정치 9단’의 칭호는 3김에게만 허락된다. 그만큼 3김이 한국 정치에 남긴 흔적은 깊고 넓다. 전문가들은 권력 1인자와 손을 잡고 헤어지는 과정에서 지역주의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고 평가한다. 3당 합당 당시엔 영남권으로 대표되는 기득권 정치연합이 호남을 포위해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는 평가가 많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과 손을 잡고 결별하는 과정에서 충청권에 뿌리를 둔 자민련 총재로 돌아가며 총선 승리를 위해 지역주의를 조장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3김 시대로 상징되는 지역주의 정치가 김 전 총리의 별세로 막을 내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6·13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은 지역주의 정치가 더 이상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그동안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충청권의 ‘거목’이 사라지며 지역주의 퇴조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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