週 52시간 위반 '처벌 유예'했지만… 黨·政 엇박자에 또 혼선

입력 2018-06-24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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週 52시간 D-6

與 "대기업은 제외" vs 고용부 "대기업도 포함"
직원·노조가 고소·고발 땐 사업주 처벌받을 수도

산업계 "임시처방도 교통정리 안돼 또 혼란
탄력근로 확대 등 보완 입법해야 근본 해결"



[ 장창민/박종서/심은지/김우섭 기자 ] ‘근로시간 단축제도(주 52시간 근무제)’ 시행(300인 이상 사업장, 7월1일)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산업 현장의 혼선은 여전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제도 연착륙을 위해 6개월의 계도기간에는 법 위반 사업주의 처벌을 유예한다고 발표했지만 대상과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어서다. 처벌 유예 대상에 중견·중소기업만 포함되고 대기업은 들어가지 않는지에 대해 여당과 정부가 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계도기간이라도 직원 및 노동조합이 고소·고발을 하면 법을 어긴 사업장 대표의 처벌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정, 처벌 유예 대상 놓고 ‘엇박자’

24일 산업 및 법조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주 52시간제 시행을 앞두고 부작용을 우려해 뒤늦게 6개월의 계도기간(7월1일~12월31일)을 두기로 했지만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적용 대상 기업이 명확하지 않은 탓이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LG 등 대기업도 처벌 유예 대상인지를 놓고 여당과 정부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박범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고위 당·정·청 회의가 끝난 뒤 “처벌 유예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하며 대기업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32개)에 포함된 대기업들은 처벌 유예 대상에서 빠진다는 얘기다. 박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대기업은 (처벌 유예)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재확인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의 판단은 다르다. 계도기간에는 대기업도 처벌을 유예받는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여당이) 대기업은 주 52시간제를 시행할 여건이 충분히 마련됐기 때문에 중소·중견기업이 주로 (처벌 유예)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뜻을 전하면서 의미가 와전된 것 같다”며 “처벌 유예 대상에 대기업이 빠지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기업들 사이에선 당·정·청이 근로시간 단축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다 기업들의 불만이 터져나오자 ‘교통정리’도 제대로 못한 채 성급하게 보완책을 내놓은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고소·고발’로 사측 압박할 수도

고용부는 근로감독 과정에서 근로시간 위반이 확인되더라도 근무형태(교대제) 개편이나 인력 충원 등의 대책을 마련할 시간을 주기 위해 계도기간과는 별도로 최장 6개월(1차 3개월, 2차 3개월)의 시정기간을 주기로 했다. 오는 10월 A사 사업주의 근로시간 위반 사실이 적발되면 우선 내년 1월까지 시정기회를 주고, 사업주의 요청이 있으면 타당성을 판단해 내년 4월까지 처벌을 유예하는 식이다. 계도기간이 올해 말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법 위반 사업주 처벌은 최장 내년 6월까지 유예된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회사 직원 및 노조가 고소·고발을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때는 근로감독관이 법 위반 여부를 조사한 뒤 결과를 검찰에 넘겨야 한다. 계도기간이라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근로시간을 위반한 사업주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고용부 관계자는 “고소·고발을 당한 사업주의 법 위반 사실이 밝혀지면 처벌을 피하긴 어렵다”고 했다. 기업들은 노조가 고소·고발을 사측을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 추가 보완책 내놔야”

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혼선과 부작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정부가 제도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처벌을 한시적으로 미룬다고 인건비 부담 증가와 연구개발 및 해외 수주 경쟁력 약화 등 본질적인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2주(기본) 또는 3개월(노사 합의 시)인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 최장 1년으로 늘리고 ‘인가연장근로제’(예외적인 연장근로 허용)를 확대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는 게 기업들의 요구다. 대표적인 업종이 건설, 플랜트, 석유화학업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해외에 파견된 국내 건설 근로자는 1만6543명(4월 말 기준)으로 이들의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줄이려면 최소 20% 이상의 인력을 추가 고용해야 한다. 정보기술(IT) 게임 서비스업 등도 사정은 비슷하다. 프로젝트 단위로 사업이 진행되는 시스템통합(SI)이나 게임 개발 등은 특정 기간 집중적인 근무가 불가피할 때가 많다.

정부도 보완책 마련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범부처 태스크포스(TF)에서 어떤 형태로든 업종별 보완책을 논의할 것”이라며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에 대해선 올 하반기 업계 실태를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장창민/박종서/심은지/김우섭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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