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받는 '인텔 제국'… 경쟁사들 바짝 추격

입력 2018-06-25 18:07  

차세대 반도체 양산 지연
리더십 공백에 시장 지위 흔들



[ 추가영 기자 ] ‘반도체 강자’ 인텔의 아성이 위협받고 있다.

인텔은 차세대 공정인 10나노 미세공정을 통한 반도체 양산이 지연되면서 대만 TSMC, 미국 AMD 등 경쟁사의 추격을 받아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위협받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불명예 퇴진한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최고경영자(CEO)의 후임은 리더십 공백을 메우면서 차세대 반도체 시장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개발 속도를 높여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고 WSJ는 전했다.

인텔은 10나노 공정을 안착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난해 하반기로 예정됐던 제품 양산 시점을 올 하반기로 미뤘는데, 최근 다시 내년으로 연기했다. 그 사이 TSMC는 인텔의 10나노 공정과 비슷한 공정에 들어갔다. TSMC는 올해 고밀도 반도체 개발에 25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반도체 미세공정은 숫자가 작을수록 반도체 회로선 폭이 좁아져 성능과 전력 효율 개선에 효과적이다. 그만큼 기술 장벽이 높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크르자니크는 지난 4월 “새로운 칩의 수익성 개선이 예상보다 지연됐다”고 말했다. 반도체시장 조사업체 티리어스리서치에 따르면 인텔의 새로운 공정 개발 비용은 50억달러에 달한다.

인텔은 차세대 반도체 양산이 지연되면서 TSMC, AMD, 퀄컴 등 경쟁 업체의 도전을 받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IBS의 핸델 존스 CEO는 “인텔이 차세대 반도체 양산 속도를 높이지 못하면 12개월 동안 시장 점유율이 5%포인트 줄어들 전망”이라며 “2020~2021년에도 양산이 늦어지면 한 해 매출이 50억~100억달러 정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인텔은 지난해 서버칩 시장의 99%, PC용 프로세서 시장의 91%를 차지했다.

크르자니크 전 CEO가 부하 직원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드러나면서 지난 21일 사임하기 전부터 인텔 내에선 그의 리더십에 대한 불만이 컸다. 올초 중앙처리장치(CPU)의 보안 결함 파문인 ‘멜트다운’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그가 이 사실을 알고도 수개월 동안 은폐했을 뿐 아니라 의도적으로 주식을 매각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인텔은 지난해 처음으로 삼성전자에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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