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건강보험을 크게 칭찬했다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당시 미국 정부는 ‘오바마 케어’로 불리던 의료보험 개혁안에 전력을 기울이던 시기라서 “한국‘조차’ 전 국민 의료보험을 한다”라며 자극을 주려고 한 것이 사실은 그 칭찬의 배경이었다. 효과가 있었던지 찬성 219, 반대 212의 극적인 표차로 오바마 케어는 국회를 통과했다.
그 후로 건강보험에는 ‘세계가 부러워하는’이라는 수식어가 자주 붙는다. 그럴 만하다. 1977년 도입 당시 의료보험은 국민의 8.2%만을 대상으로 하는 초라한 것이었다. 그러나 성장은 빨랐다. 1989년 모든 국민을 가입자로 하는 ‘전 국민 의료보장’을 달성했다. 12년 만의 세계 신기록이었다. 2000년에는 367개에 달하던 의료보험조합들을 ‘통합 일원화’해 건강보험으로 재구성했다. 이것도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건강보험에는 여전히 이루지 못한 꿈이 남아 있다. ‘건강보험 하나로’ 진료비 걱정 없이 진료를 받도록 하는 것과 ‘공평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이 두 가지 개혁이 지금 진행 중이다.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2022년까지 5년 계획으로 의학적으로 필요한 모든 비급여를 건강보험으로 적용하는 ‘문재인 케어’를 추진한다. 이로써 고액의료비로 인한 가계 파탄은 사라지고 병원비 걱정을 하지 않는 사회가 될 것이다.
보험료 부과체계에서 불공정했던 부분이 7월부터 크게 개선된다. 지역가입자는 연령·성별·재산·자동차 등으로 소득을 추정하고 있었는데, 그간 개선된 소득 파악을 반영해 연령과 성별은 빼고 재산과 자동차 추정 부분도 대폭 줄인다. 이로써 직장과 지역 가입자의 보험료 격차는 크게 줄어든다.
부유층과 서민층의 보험료도 조정된다. 대부분 서민층인 지역가입자의 77%가 평균 2만2000원의 인하 혜택을 보게 된다. 반면 소득과 재산이 상위 2~3%인 가입자의 보험료는 올라간다. 직장가입자의 99%는 보험료 변동이 없지만 상위 1%의 고액소득자는 보험료가 인상된다. 마지막으로 충분한 경제적 능력이 있음에도 피부양자로 얹혀 있던 사람들은 이제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무임승차가 아니라 ‘유임승차’를 해야 한다.
2022년 예정된 제2차 개편을 실시하면 총소득에 근거한 부과체계가 거의 완성될 것이다. ‘세계가 칭찬하는’ 것보다 ‘국민들이 만족하는’ 건강보험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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