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3층 브리핑룸에선 당초 예정에 없던 기자설명회가 열렸다. 금감원은 9개 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출금리 산정체계의 적정성 점검 결과에 대해 긴급 브리핑을 했다.
브리핑에 나선 오승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일부 영업점에서 담보를 누락하거나 소득을 줄여 입력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출금리를 높게 받은 사례가 적발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이런 사례가 전반적으로 은행의 대출금리 산정체계의 신뢰성을 저하하는 수준으로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공개 여부를 놓고 논란을 빚어온 은행권 대출 가산금리 산정 내역서에 대해서도 “공개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국이 대출금리 산정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시장에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금감원 브리핑 후 시장은 더욱 혼란을 겪고 있다. ‘전반적으로 대출금리에 문제가 없다’는 금감원 설명과 달리 부당하게 금리를 올려 받은 일부 은행 사례가 주목받으면서 여론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어서다.
이는 금감원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브리핑 당시 금감원은 부당하게 금리를 올려 받은 은행을 공개하지 않았다. 부당하게 이자를 낸 대출자 숫자도 끝까지 공개를 거부했다. 규정상 조사가 끝난 뒤 공개하겠다는 이유에서였다. 더욱이 이런 사례가 영업점이 고의로 저지른 일인지 혹은 직원의 단순 실수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한 금융회사 임원은 “금감원이 사실 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점검 결과를 서둘러 발표한 탓에 전체 은행권이 ‘비리 집단’으로 매도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신용이 생명인 은행과 금융소비자(대출자) 간 불신의 골이 깊어진 것이다.
일부 은행이 내규를 어기고 부당하게 이자를 올려 받은 사실을 금감원이 공개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금감원의 모호한 발표가 오히려 시장에 큰 혼란을 주고 소비자들의 분노만 부추겼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지금이라도 금감원이 하루빨리 조사를 끝내 정확한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야말로 은행권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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