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헌 前 네이버대표 사외이사로
전장·화학·바이오 직접 챙기며
구광모, 신사업 발굴에 주력할 듯
소재·생산기술원·LG이노텍 등
구본준 부회장 계열 분리 '촉각'
[ 노경목 기자 ] LG그룹의 4세 경영이 궤도에 오른다. LG그룹 지주사인 (주)LG는 29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구광모 LG전자 상무를 등기이사로 선임한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별세하기 사흘 전인 지난달 17일 결정된 대로다. 이 자리에서 구 상무는 (주)LG 대표이사를 맡으며 명실상부한 LG그룹 총수에 오른다.
◆구광모號의 모습은
임시 주총의 가장 큰 관심사는 구 상무가 맡게 될 직책이다. 재계 관계자는 27일 “구 상무가 LG전자를 떠나 (주)LG 대표이사를 맡는 것으로 LG그룹 내부에서 결정됐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구 상무는 임시 주총 이후 이사회에서 부회장이나 사장으로 승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로 회장직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LG 관계자는 “아버지인 구본무 회장의 지분을 승계해 명실상부한 그룹 총수가 된 만큼 그에 걸맞은 직위를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구 상무가 본격적으로 4세 경영에 나서더라도 지금의 경영 시스템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재계 관계자는 “LG그룹은 이미 전문경영인 중심의 시스템을 확립했다”며 “구 상무가 그룹을 이끌더라도 이 같은 구조를 흔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 상무 자신도 전문경영인에게 가능한 한 많은 공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계열사에 대한 (주)LG의 간섭을 줄이는 방향으로 시스템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대신 신사업 개척 등에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일 전망이다. 구 상무는 과거 (주)LG에서 일할 때 신사업을 관할하는 시너지팀에서 가장 오래 근무했다. LG전자가 공을 들이고 있는 전장(電裝) 사업과 LG화학의 바이오 사업 등을 직접 챙기며 추가 인수합병(M&A) 등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게 LG 안팎의 시각이다.
오너가 직접 판단을 내려야 할 경영 현안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좀처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과 LCD(액정표시장치) 사업 악화로 당분간 실적 부진이 불가피한 LG디스플레이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임시 주총에서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가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선임된다. 김 전 대표는 1996년부터 11년간 LG그룹 구조조정본부 등에서 법무 담당 임원으로 근무했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복잡한 안건을 처리한 업무 능력을 이번에도 발휘할 것으로 LG 측은 기대하고 있다. 네이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관련 신사업 진출과 관련된 조언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계열 분리설 윤곽도 구체화
구 상무가 LG그룹을 이끌게 되면서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계열 분리설의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한때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 VC사업본부(전장 사업 담당) 등이 분리 대상으로 거론됐으나 최근에는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과 LG이노텍 등이 유력한 분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LG전자에서 소재·생산기술원을 분리한 뒤 LG이노텍과 함께 구 부회장이 독자 행보에 나선다는 것이다. 이후 전자 부문과 건설 부문으로 이뤄진 희성그룹에서 전자 부문을 넘겨받는다는 관측도 나온다. 희성그룹은 구광모 상무의 생부이며 구 부회장의 형인 구본능 회장이 이끌고 있다. 구 부회장이 갖고 있는 (주)LG 주식과 구본능 회장의 희성전자 지분을 맞바꾸면 손쉽게 가능하다는 점에서 무게가 실린 시나리오다.
물론 여기에는 반론도 있다. LG이노텍 등을 계열 분리하면 LG그룹이 자본 규모 등에서 롯데그룹에 밀려 4대 그룹 지위를 상실할 수 있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해 구 부회장이 따로 계열사를 분리해 나가지 않고 (주)LG 지분을 매각한 자본만 갖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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