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영업 혁신 AtoZ ①] 영업사원이 건진 현장 정보에 답이 있다

입력 2018-06-28 10:25  

LiB컨설팅 김민기 컨설팅사업부장


일본 N연구소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일본의 제약회사들은 대체로 영업사원(MR)이 의사들을 면담하고 축적한 현장의 정보를 유용하게 활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MR들은 빈번한 영업 방문을 통해 의사들의 의약품에 대한 적정 사용량이나 치료 방침, 처방의향 등의 정보를 얻는다.

이는 오랜 기간의 시간과 막대한 인건비가 따르는 활동이지만 지금까지 제약회사는 이러한 활동을 당연시 해왔고 지금도 이러한 영업 활동을 위해 많은 인건비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따라서 이 활동을 효율적으로 개선해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많은 자원을 아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말처럼 효율적으로 이러한 활동을 개선하는 제약회사는 많지 않다.

최근 일부 제약회사들 사이에서 MR의 영업 현장 방문을 통해 얻은 고객정보나 활동보고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영업지원(SFA·Sales Force Automation)시스템에 입력하고 있지만, 데이터화하는 작업에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며 축적된 데이터를 제대로 분석해 활용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영업사원들이 현장에서 방문 면담 후 이를 보고서로 작성해 시스템에 등록한다고 해도 마케팅팀에서는 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분석해야 할지, 분석의 축이나 목적이 애매한 경우가 많다. 특히 수치 데이터가 없는 방문 결과 보고서에 나열된 정보들은 숫자들을 주로 분석했던 마케팅 담당자들에게는 무의미하게 여겨질 수 있다.

의사들의 처방 코멘트를 일정한 형식이나 설명 없이 있는 그대로 적어 왔기 때문에 이를 휴지조각과 같이 의미 없는 정보로 취급했다. 영업사원들은 단순히 고객정보 중에 의사들의 생일이나 가족정보, 결혼기념일, 출신 병원, 좋아하는 음식이나 취미 등을 파악해 이에 대한 감성 영업을 하는 정보로 정도로밖에 면담 결과를 활용하지 못했다.

이는 당연히 현장 영업을 위한 MR의 자체 영업 노하우의 의미만 있을 뿐이고 마케팅 전략으로의 활용 가치는 적었다. 단지, 의사들의 정보를 입력한 CRM체계로 데이터만 축적할 뿐이었다. 이력 관리 차원에서 영업 담당자가 교체될 경우 거래처에 대한 기본 정보를 인수인계 받을 뿐 영업에서의 활용도를 향상시키지는 못했다.

이에 N연구소가 일본의 다수 제약회사 영업 컨설팅을 할 때 적용했던 사례가 바로 텍스트마이닝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과 활용이었다. 영업사원들이 의사들과 면담한 뒤 기록해온 방문보고서들을 종합해 어떤 세일즈 토크를 하는지, 의사들의 발언들은 어떠한 대화를 위주로 하는지를 모두 데이터화해놓는다. 이 안에는 처방 패턴에 대한 대화, 의약 정보에 대한 대화 등 다양한 내용이 들어갈 수 있다.

이를 모두 데이터로 만들어 그 의사의 정보로 관리한다. 그리고 그 의사의 처방패턴 자료와 상관관계를 기간에 따라 분석하는 것이다. 기간 별 처방 패턴과 상관관계가 높았던 단어들을 분석하고 이를 다음 방문의 세일즈 토크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영업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다.

어떤 패턴으로 대화할 때 지속적으로 처방액이 향상되는지 철저하게 관리하고 추적해 나가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N연구소는 실제로 일본의 다수의 제약회사에서 이러한 패턴의 영업 컨설팅을 진행해 매출액 향상 효과를 보았다고 했다.

이 보고서가 시사하는 점은 최근 다양한 IT기기의 발달로 더욱 데이터를 축적하기가 수월해졌기 때문에 누구나 가능한 활동이라는 것이다. 다양한 단말기의 발달로 보고를 일일이 적지 않아도 음성인식으로 녹음된 파일에서 텍스트로 전환해 저장할 수도 있다. 현장의 방문 기록을 날짜별로, 거래처 별로 관리해주는 소프트웨어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IT에 밝은 젊은 영업사원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다.

사실 컨설팅까지 아니더라도 이미 많은 젊은 영업사원들이 스스로 하고 있던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개별적인 활동에서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경영진이 빠르게 깨닫고 이를 전사적으로 확대하고 사업계획에 빠르게 반영하는 의사결정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한국의 제약회사들이 변화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 다른 시사점은 고객입장에서 생각하는 프로세스이다. 과거 제약회사의 마케팅은 제품을 만들고 시장을 찾아 무조건 영업하는 프로세스를 취했다. 하지만 이러한 텍스트 마이닝 사례는 의사들이 원하는 대화가 어떠한 것인지를 먼저 분석한다. 제약회사 입장에서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들이 듣기 원하는 정보들을 선별적으로 데이터 분석을 통해 판별하고 이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사람을 먼저 관찰해 니즈를 파악한 후 제품을 영업을 하는 방식이다. 제품 이전에 이를 처방하는 사람이 어떠한 것에 관심이 있고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이를 처방하는 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최근 인문적 이슈가 널리 대두되는 것처럼 사람에 대한 관심을 통해 트렌드를 파악해 마케팅에 적용하는 것과 동일한 원리이다.

일본에서는 인사이트 영업이라고 불리우며 이미 제약회사들 사이에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러한 일본 제약회사들의 사례는 한국의 제약회사 영업에서 향후 충분히 활용할 만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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