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시행
진에어 '면허취소' 여부
청문회 거쳐 두 달 뒤 결정
[ 서기열/박상용 기자 ]
정부가 항공사 대표이사 및 등기임원 자격 기준을 대폭 강화한다. 항공 관련 법뿐만 아니라 형법과 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한 사람은 항공사 등기임원이 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전방위 압박 나선 정부
국토교통부는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형법 조세범처벌법 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자는 앞으로 항공사 등기임원이나 대표이사로 재직할 수 없도록 자격 기준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경영간섭 또는 갑질·폭행을 근절하기 위해 대표이사 및 등기임원 자격 요건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현재는 항공 관련 법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사람은 3년 동안 등기임원이 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앞으로는 형법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제한 기간도 5년으로 늘릴 방침이다.
국토부는 이런 내용으로 올 하반기 항공사업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시행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간기업에 대한 과도한 경영권 간섭이라는 위헌 논란이 제기될 수 있겠지만, 항공산업은 공공재 성격이 강한 정부 면허사업이라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수백억원대 상속세 탈루와 자택 공사비 배임횡령, 위장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으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조 회장이 금고 이상 형을 최종 확정받을 경우 대한항공 대표이사직을 맡을 수 없게 된다.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인하대 부정 편입학 의혹은 교육부가 조사 중이다.
국토부는 ‘갑질’이나 근로자 폭행 등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항공사에 노선운항권을 배분할 때 불이익을 줄 계획이다. 운수권 배분규칙에 사회적 기여도를 100점 만점에 5점을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범(汎)정부 차원의 항공산업 체질 개선 종합대책도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항공사의 불법·부당 거래를 점검하고,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은 다음달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 주주 가치를 훼손한 기업에 주주권을 행사할 계획이다.
◆진에어 처벌 수위 결정은 두 달 뒤
미국 국적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35)를 등기이사로 등록한 진에어의 면허 취소 여부 결정은 두 달여 뒤로 미뤄졌다. 김정렬 국토부 제2차관은 “법적 쟁점 추가 검토, 이해관계자 의견 청취, 면허 자문회의 등 법적 절차를 거쳐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외국인이 국내 항공사 등기임원으로 등록되면 항공운송면허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 국토부가 이에 대해 법무법인 세 곳에 법률 자문을 구한 결과 두 곳은 외국인이 등기이사에 올라갔기 때문에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한 곳은 조 전 전무가 등기이사를 사퇴한 만큼 결격 사유가 해소돼 취소가 곤란하다는 의견을 냈다. 조 전 전무가 등기임원으로서 회사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1900여 명에 달하는 진에어 임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1만여 명의 고용 문제도 국토부 결정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에서도 직원들의 고용 불안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면허 취소는 과잉 처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진에어는 조 전 전무가 등기이사로 등록된 2010~2016년 세 차례 국토부에 항공운송사업면허 변경을 신청했다. 서류에 조 전 전무 이름이 있었는데도 당시 국토부는 제재하지 않았다. 이에 국토부는 당시 면허 변경을 승인한 담당 공무원 3명을 직무유기로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서기열/박상용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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