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경영권 분쟁 다섯 번째 완승… 한·일 롯데 '원톱' 지켰다

입력 2018-06-29 17:42  

경영권 '옥중 방어'…형제의 난 사실상 종결

日 롯데홀딩스 주주 재신임 받아
형 신동주는 이사회 진입 실패

황각규 부회장 등 비상경영대표단
롯데홀딩스 경영진에 辛 서신 전달
주총장서 의장이 대신 읽기도

지배구조 투명화 등 추진사업 탄력
한·일 롯데 50년 '통합경영' 유지



[ 안재광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또 한 번 승리했다. 2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 회장은 표 대결 끝에 경영권을 지켜냈다. 신 회장의 주총 표 대결 승리는 이번이 다섯 번째다.

그는 지난 2월 구속 수감돼 주총장에 갈 수 없는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주주들의 재신임을 받았다. “사실상 경영권 분쟁이 끝났으며, 50년간 이어져온 한·일 롯데의 통합경영이 깨질 우려는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신 회장·쓰쿠다 대표, 이사직 유지

일본 롯데홀딩스는 이날 주총에서 신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대표에 대한 이사 해임 안건을 상정했다. 신 전 부회장이 지난 4월 주주 제안 형태로 두 명을 이사에서 해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이 안건은 주총에서 부결됐다. 신 전 부회장을 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 역시 행사된 의결권 절반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 처리됐다. 신 회장과 쓰쿠다 대표는 롯데홀딩스 이사 자리를 지켰고, 신 전 부회장의 이사회 진입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주총장에선 신 회장 명의의 서신을 의장이 대신 읽고 한국 상황을 설명하는 시간도 있었다. 신 회장은 법원에 보석 신청을 했지만 이날까지 결정이 나오지 않아 주총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전날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위원회 대표단이 급히 일본으로 건너가 롯데홀딩스 경영진을 만났다.

롯데지주는 주총 결과가 나온 직후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신 회장이 부재한 상황임에도 일본 롯데 주주들이 다시 한번 지지를 보내준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어려운 현재 상황을 빨리 극복해 한·일 롯데의 경영이 불안정해지는 일이 생기지 않기 바란다”고 밝혔다. 또 “신 전 부회장은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켜 임직원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롯데의 기업 가치를 훼손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주총 결과와 관련해 “롯데의 사회적 신용, 기업 가치 및 관련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롯데그룹의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한·일 롯데 분리경영 우려 사라져

이날 주총으로 신 전 부회장은 타격을 입었다. 향후 일본 롯데 경영권을 되찾을 동력도 상실했다는 평가다. 신 회장 구속으로 그 어느 때보다 유리한 상황이었는데도 주주들의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 롯데 주주들은 신 전 부회장의 경영 능력에 의문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대부터 일본 롯데에서 경영에 참여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이끌어온 한국 롯데가 일본 롯데보다 20배나 더 커져 일본 롯데 주주와 직원들 자괴감이 크다”고 말했다.

작년 10월 롯데지주 출범 때 신 전 부회장이 한국 롯데 지분을 대부분 처분한 것도 주총에서 불리하게 작용했다. 신 전 부회장은 당시 주식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약 1조원의 주식을 현금화했다. 현재 신 전 부회장이 보유한 롯데지주 지분은 0.2%에 불과하다. 반면 신 회장의 롯데지주 지분율은 10.47%에 이른다.

신 회장은 최근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기존 1.38%에서 4%까지 끌어올렸다.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최대주주 광윤사(지분율 28.1%)를 지배하고 있지만, 나머지 주요 주주인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13.9%) 등은 모두 신 회장을 지지하고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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