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계가 유명 아이돌을 내세운 체크카드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신용카드가 아닌 체크카드로 출시된 덕에 팬들이 부담없이 발급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다른 카드와 차별화되지 않는 혜택에 사용 편의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달 말부터 인기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모습을 담은 BTS체크카드를 출시했다.
지난 3월 신한은행이 출시한 워너원 체크카드가 4개월만에 발급 10만좌를 돌파하는 등 인기를 끌자 BTS를 모델로 둔 KB국민은행이 '아이돌 카드'의 바톤을 이어받은 것.
KB국민은행은 BTS 체크카드의 발급 건수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BTS가 최근 빌보드 차트에 진입하며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워너원 체크카드의 기록을 능가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다만 이들 아이돌 카드가 금융사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발급 건수 중 상당수가 실사용 목적이 아닌 '소장용'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카드 혜택도 기존 카드와 큰 차이가 없어 사용 유인을 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에서다.
신한은행의 워너원 체크카드는 기존 출시돼 있는 'Deep Dream' 체크카드와 혜택이 동일하다. 기본 0.2% 적립에 선택 영역 0.6% 적립, 최다 이용 영역 1.0% 적립 기능이 있다.
KB국민은행의 BTS 체크카드도 혜택만 보면 큰 매력이 있는 카드는 아니다. 전월 실적 기준 없이 0.2% 기본 적립에 30만원 이상 사용시 최대 0.3~0.8% 추가 적립 기능이 있다.
BTS 적금의 경우 기본 1.7% 금리에 최대 0.6%의 우대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특이한 점은 방탄소년단의 데뷔일과 벰버들의 생일에 입금할 시 해당 금액에 대해 0.1%포인트의 추가 금리를 제공한다는 것. 다만 월 최대 납입액이 100만원으로 제한돼 있어 실제 혜택 금액은 최대 1000원에 불과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제 주카드 사용을 염두에 뒀다기보다는 광고모델을 활용한 이벤트성 카드로 봐야 한다"며 "혜택을 따져가며 가입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실사용 목적이 아닌 아이돌 카드의 유행이 휴면카드의 증가를 불러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워너원 카드나 BTS 카드를 발급받은 팬들은 카드를 사용하다가 멤버들의 얼굴에 스크래치가 날까봐 실제로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며 "일시적으로 카드 발급량은 늘어날 수 있지만 회사 실적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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