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두 사람 연인관계라 보기 어렵다" 수직적 관계 강조
변호인 "강제추행 엇었으며 수평적 연인관계로 애정감정"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첫 재판이 2일 열렸다.
안 전 지사는 이날 오전 10시 56분께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부지법 청사에 도착했다.
안 전 지사는 심경 등을 묻는 기자들에게 '묵묵무답'으로 일관하며 법정으로 향했다.
성폭력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전 충남도 정무비서 김지은 씨는 이날 방청을 위해 법정을 찾았다. 법원은 혹시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김 씨가 외부에 노출되지 않은 통로로 법정에 출석하도록 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색 정장과 흰색 셔츠에 노타이 차림으로 나온 안 전 지사는 피고인 출석과 주소, 직업 등을 확인하는 '인정신문' 절차에서는 차분하게 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출석을 묻는 재판장 조병구 부장판사의 말에 "여기 나와 있다"라고 답했다.
재판장이 직업을 묻자 안 전 지사는 "현재 직업은 없다"라고 말했고, 재판장은 "지위와 관련된 사건이므로 '전 충남도지사'로 하겠다"고 말했다.
방청석 맨 앞에 앉은 김 씨는 45분가량 이어진 오전 공판 내내 자신이 가져온 노트에 재판에서 오가는 발언 내용을 적는 등 재판을 꼼꼼히 지켜봤다.
피해자 변호사 측은 지난달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김 씨가 직접 방청을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공판은 김 씨가 지난 3월 5일 한 방송에 출연해 안 전 지사로부터 여러 차례 성폭행과 추행을 당했다고 밝힌 이래 4개월 만에 열렸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7월 29일부터 올해 2월 25일까지 김 씨를 상대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강제추행 5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를 저지른 혐의로 올해 4월 11일 불구속 기소됐다.
오후 2시부터 재개한 오후 재판에서 검찰은 260호에 달하는 공소사실을 하나하나 설명하며 안 전 지사와 피해자 김씨의 관계가 절대 수평적일 수 없음을 피력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안 전 지사의 수행비서로 임용된 김씨는 일명 '김노예'로 불리며 24시간 안 전 지사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해야 했다.
검찰은 "김씨는 항상 도지사의 휴대전화, 물티슈, 선크림, 담배 등을 휴대해야 했고, 샤워할 때나 목욕을 할 때나 휴대전화를 비닐봉지에 넣어 휴대해야 했다"고 말했다.
또 "피고인 (안 전 지사)은 늘 '어디냐' '담배' '자라' 등 단문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피해자(김씨)는 매우 깍듯하게 대답했다"면서 "두 사람이 연인관계라고 보기 어렵다"고 두 사람의 수직적 관계를 거듭 강조했다.
안 전 지사 측 변호인 측은 "업무상 위력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위력 행사와 성폭력의 인관관계도 성립하지 않는다"면서 "성관계는 있었지만, 의사에 반해서 이뤄진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던 것을 뉘우치고 후회하고 있다”며 “가혹한 여론의 비판을 받아들이며, 도덕적·정치적 책임도 감수하고 있다. 하지만 형법상 범죄인지는 다른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이어 “차기 유력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정치적·사회적 지위가 있다는 것이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검찰은 경선 캠프 분위기가 수직적이고 상명하복이었다고 하는데, 캠프의 분위기는 비교적 자유로웠고 일방적인 해임은 없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검찰은 수행비서의 의미를 과장하고 있다”며 “김 씨는 장애인도 아동도 아니다. 안정적인 공무원 자리를 버리고 무보수로 캠프에 올 만큼 결단력도 있는 여성이었다”며 공소사실에서 거론된 일들이 김 씨가 주체적으로 선택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모두 절차와 증거조사를 마친 재판부는 4일로 예정됐던 검찰 측 증인신문을 취소하고 6일 피해자 신문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김씨의 신문은 비공개로 진행된다. 김씨의 요청이 있다면 김씨와 안 전 지사 사이에 차폐막을 설치해 직접 대면을 방지하기로 했다.
재판 시작 전 시민단체들로 꾸려진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정의로운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사법부의 정의로운 판결은 피해자 인권회복과 가해자의 처벌이라는 단순하고도 분명한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사법부의 정의로운 판결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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