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풍전등화' 처지 된 영유아 의료

입력 2018-07-03 18:36  

이지현 바이오헬스부 기자 bluesky@hankyung.com


[ 이지현 기자 ] “어린이 응급환자를 돌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구직광고를 1년째 하고 있지만 지원자가 한 명도 없습니다.”

경남 지역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의사를 구하지 못해 낮에는 외래환자를 보고 밤에는 1주일에 세 번씩 당직을 서야 할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소아응급환자 치료는 대표적인 필수 진료 영역이다. 하지만 이를 담당하는 의사는 갈수록 줄고 있다. 계속되는 저출산으로 소아 환자가 줄면서 소아청소년과는 수익 내기 어려운 진료과가 됐다. 24시간 대기해야 하는 소아응급진료는 의사들도 기피하는 분야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의 큰 병원들만 겨우 정원을 채울 정도다. 지역 의료기관 사정은 열악하기 이를 데 없다. 의사 부족으로 진료 부담이 커지면서 힘든 생활을 버티지 못한 의사의 이탈을 낳고 이는 다른 의사들의 업무량을 늘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전공의 특별법으로 인턴, 레지던트 등의 근무 시간이 줄면서 전문의 업무 부담만 늘었다”는 지적도 계속된다. 지역 병원 의료진들은 “소아청소년과 공중보건의를 지역 의료기관에 배치하는 방안이라도 고민해 달라”고 토로하고 있다.

한계에 다다른 것은 소아응급의료뿐만이 아니다. 영유아용 의약품도 위험 수위를 넘나든다. 제약사에서 약을 개발해 환자 치료에 쓰려면 임상시험을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받아야 한다. 하지만 영유아용 약은 다르다. 사용량이 적고 사용 빈도가 낮아 제약사에서 임상시험 비용을 투입해도 수익 내기 어렵다. 영유아 대상 임상 연구가 비윤리적이라는 차가운 시선도 걸림돌이다. 이 때문에 국내 병원에서 영유아 치료에 쓴 의약품 10개 중 7개는 정식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오프라벨’ 처방이다. 영유아용 약이 없다 보니 용량이 큰 어른용 약을 덜어 쓴다. 쓰고 버린 약의 수가를 제대로 못 받아 항생제, 백신 등 주사제 하나를 여러 아이에게 나눠 쓰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감염 위험만 높아지는 셈이다.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를 만들려면 영유아 치료 시스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전문가들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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