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카메라 시장 쭉쭉 빠지는데…소니·캐논, 해묵은 1위 논쟁만

입력 2018-07-04 09:54   수정 2018-07-04 09:55

시장 규모 줄어드는데 '1위' 다툼만
"사진 문화 선도·보급에 힘써야 할 때"





소니와 캐논의 '국내 카메라 시장 1위' 싸움이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소니가 "지난 5월 국내 풀프레임 시장에서 금액 및 수량 1위를 달성했다"고 밝히자 캐논이 "전체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에서 1위를 내준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양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전체 카메라 시장이 연평균 20% 하락하는 상황에서 1위 다툼에 열을 올리는 양사에 피로감을 느끼는 것이다. 실제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지난해 카메라 출하량은 2010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고 카메라 평균 가격도 30% 이상 하락했다.

소니와 캐논의 '카메라 시장 1위' 논란은 2014년 시작됐다. 소니가 "2014년 2월 기준 국내 전체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에서 1위를 기록했다"고 밝히면서다. 카메라 시장을 집계하는 기준은 DSLR(디지털일안반사식), 미러리스 카메라, 이 둘을 합친 렌즈교환식으로 나뉜다.

캐논은 2000년대 중반부터 DSLR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반대로 소니는 미러리스 시장에서 2011년부터 1위에 오른 상태다. 이 때문에 DSLR과 미러리스를 합친 렌즈교환식 시장 1위를 두고 말이 많다.

2016년에는 같은 시장조사업체의 자료를 놓고 '오픈마켓' 포함 여부에 따라 1위(렌즈교환식)가 바뀌는 웃지 못할 상황도 연출됐다. 소니는 오픈마켓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육박한다며 "오픈마켓을 포함할 경우 전체 1위가 맞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캐논은 오픈마켓 수치는 중복 집계 등으로 허수가 상당하다며 "오픈마켓을 제외하면 독보적인 1위"라 맞섰다.

양사의 1위 다툼은 '풀프레임(24x36mm 센서 규격)' 카메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소니가 풀프레임 미러리스 '알파7 Ⅲ'을 출시하면서 국내 1위를 목표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풀프레임 카메라 시장은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소니가 5월 국내 풀프레임 시장 1위에 오른 것도 신제품이 '알파7 Ⅲ'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1월에서 5월까지를 더하면 국내 풀프레임 시장 1위는 캐논으로 집계된다.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풀프레임 카메라의 성장에도 전체 카메라 시장 규모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카메라업계 관계자는 "핀란드 핸드폰 업체 노키아가 글로벌 1위에서 어떻게 추락했는지를 되새겨야 한다"며 "당장의 1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향세에 접어든 카메라 시장에서 새로운 수익구조를 찾는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스마트폰에 밀려 시장이 줄어들고 있는데 고작 한 달 1위 했다는 사실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며 "양사는 다툼이 아닌 사진 문화를 선도하고 보급하는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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