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탐구] 정말 잘나가는 '正몰'… 정관장의 세가지 역발상 통했다

입력 2018-07-05 17:43  

[ 김보라 기자 ] CJ온마트, 풀무원몰, 오뚜기몰, 대상의 정원e샵….

식품회사의 자체 온라인몰은 ‘계륵’ 같은 존재로 불린다. 이마트몰과 쿠팡 등 종합 온라인 쇼핑몰에 밀려 성과를 내기 어렵다. 그렇다고 자사 제품만 모아놓은 온라인몰 사업을 접을 수도 없다. 남들도 다 하기 때문이다. “식품회사 온라인몰이 임직원에게 할인 판매하는 사내 복지용으로 전락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119년 역사의 홍삼 브랜드 정관장이 운영하는 건강식품 전문 온라인몰 ‘정(正)몰’이 식품회사 온라인몰의 성공 사례를 다시 쓰고 있다. 정몰은 일부 자사 제품을 비롯해 건강·뷰티 관련 제품까지 2000여 개 상품을 모아 판매하는 헬스·뷰티(H&B) 종합 온라인 쇼핑몰이다.

지난 5월 ‘정말 건강에 미친 사람들의 몰’이라는 카피로 대대적 마케팅을 시작한 뒤로는 20~30대 소비자가 몰리고 있다. 정몰의 하루 평균 방문자는 5만2000명. 회원은 매달 1만 명 이상씩 늘고 있다. 전체 회원 수는 44만 명에 달한다.

“마음대로 해” 2030 직원으로 TF 꾸려

지난해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3조8000억원이었다. 전년보다 17.2% 커졌다. 온라인몰을 통한 판매 비중도 26.3%까지 높아졌다. 시장 규모 확대에도 KGC인삼공사의 정관장엔 고민이 있었다. 40대 이상이 주를 이루는 고객층을 미래 소비자인 20~30대로 넓히는 게 급선무였다. 전국 755개 가맹점이 중심인 판매채널 다변화도 필요했다.

KGC인삼공사는 홍삼 제품만 팔던 기존 정관장몰 개편을 위해 2016년 초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경영진은 20~30대로 구성된 TF에 “마음대로 해보라”고 했다. 1년여 준비를 거쳐 지난해 7월 ‘정몰’이 탄생했다. TF는 ‘폐쇄’가 아니라 ‘개방’을 택했다. 정몰의 제품군을 정관장 등 자사 제품뿐 아니라 건강과 관련한 모든 제품으로 확장해 ‘H&B 전문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지향했다. 사내에선 “우리 것만 잘 팔아도 모자라는데, 왜 남의 물건까지 팔아야 하나”라는 반대가 없지 않았다. TF는 “우리 경쟁 상대는 식품회사 온라인몰이 아니라 이마트몰과 쿠팡의 건강식품 카테고리”라는 논리로 돌파했다.

‘B급 광고’의 A급 성적표

튀는 영상광고와 지하철 마케팅도 정몰의 성공 요인이다.

건강함과 깨끗함, 정직함 등을 강조해온 식품회사 광고와 달리 정몰은 ‘B급 광고’를 내세웠다. 격투기 선수 김동현이 택배기사로 등장해 건강 관리에 집착하는 소비자에게 건강식품을 배달한다는 코믹한 내용의 영상을 제작했다. ‘정말 건강에 미친 사람들의 몰’이란 카피의 이 광고는 유튜브에서 한 달 만에 조회 수 50만 건을 기록했고, 올 2분기 유튜브 인기영상 순위에선 10위에 오르기도 했다.

직원들의 아이디어도 마케팅에 적극 반영했다. TF는 ‘정’으로 시작해 ‘몰’로 끝나는 카피를 사내에서 공모하기도 했다. ‘정말 간 탓 그만하고픈 사람들의 몰’, ‘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엄마들의 몰’, ‘정말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은 사람들의 몰’ 등 눈길을 끄는 카피가 쏟아졌다.

정몰은 이들 카피를 지하철 칸 전체에 뒤덮는 마케팅을 지난 4월 말부터 37일간 펼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버스 광고에도 활용했다. 제품 확대와 마케팅이 성과를 내면서 작년 7월 35만 명이던 회원 수는 44만 명을 넘어섰다. 월 3000여 건이던 주문 건수도 1만7000건(5월 기준)으로 급증했다.

식품회사 ‘온라인몰의 저주’ 깨

정몰의 회원 수와 주문 건수가 증가하면서 “우리 제품도 판매해 달라”는 회사들의 요구가 잇따랐다. 그 결과 판매 제품 수는 1년 만에 2000여 개에서 5272개로 늘었다. 현재 정몰에서는 건강기능식품뿐만 아니라 무농약 쌀, 건강 이유식, 프리미엄 가정간편식(HMR), 화장품 등도 판매하고 있다.

정몰엔 판로를 찾지 못해 막막해하던 식품 관련 청년창업가들도 몰려들고 있다. 정관장은 자체 기준 및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 기준 등을 적용해 선별한 제품만을 정몰에 입점시킬 계획이다. 판매 제품 수를 무분별하게 늘리지 않을 방침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존 식품업체들의 온라인몰은 자사 제품만 모아놓은 공급자 중심의 몰이라 다양한 상품을 비교할 수 있는 종합 온라인쇼핑몰과 경쟁할 수 없었다”며 “정몰은 건강과 관련한 종합 쇼핑몰로 차별화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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