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의 과세 확대 반대에
"조율된 것…입장차 없다"
[ 조미현 기자 ] 청와대가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자문기구일 뿐”이라며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위와 기획재정부 간 금융종합과세 강화를 둘러싼 엇박자 논란을 정리하고 나섰다. 하지만 청와대 스스로 ‘공룡 위원회’를 만들어 혼란을 자초해놓고 뒷북 수습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5일 정례 브리핑에서 “기재부와 청와대 입장에 차이가 없다. 서로 조율돼서 나온 이야기”라며 “과세권은 입법으로 정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이 같은 설명은 금융소득 과세 확대에 반대한 기재부 입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대변인은 “특위는 어디까지나 자문기구이며 독자적이고 자율적인 안을 만드는 것”이라며 “자문기구가 낸 안을 정부가 신중하게 검토하고 결정해서 최종적으로 입법을 통해 해결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자문기구 권고안을 정부안으로 이해해온 것이 지금까지 풍토였다”며 이번 논란이 정책 혼선이 아니라 ‘권고안=정부안’으로 여기는 기존의 관행 탓이라는 듯한 인식도 내비쳤다.
하지만 청와대의 이 같은 설명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란 의견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애초 재정개혁특위가 꾸려진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정해구 위원장을 비롯해 정책기획위 위원들과 청와대에서 오찬을 하고 “공평하고 정의로운 조세 정책이 필요하다”며 ‘조세·재정 정책의 근본적 혁신안’을 마련해줄 것을 주문했다. 이후 정책기획위는 재정개혁특위를 구성했다. 당시에도 담당 부처인 기재부가 아니라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에 조세정책 개편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대해 논란이 있었다.
청와대는 3월 대통령 개헌안을 마련할 때도 정책기획위의 의견을 대거 반영했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개혁특위의 조세 개편안을 단순 권고안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부처 관계자조차 “청와대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정책의 사전 조율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 책임을 외부로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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