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서버가 모든 정보 처리
데이터 몰리면 시간 지연
'에지'는 네트워크 말단에서
데이터 분산해 실시간 처리
5G·자율주행차 등 핵심 기술
HPE, 4년간 40억弗 투입
MS·델테크놀로지스도 박차
[ 배태웅 기자 ]
“앞으로 4년간 에지 컴퓨팅에 40억달러(약 4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에지 컴퓨팅은 기업용 정보기술(IT)의 진화를 촉진할 것이다.”
지난달 1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의 기술 발표 행사 ‘HPE 디스커버 2018’에서 안토니오 네리 HPE 최고경영자(CEO)는 이 같은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연구개발(R&D)비를 줄여온 HPE가 3년 만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는데 그 분야가 에지 컴퓨팅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지난 4월 에지 컴퓨팅과 사물인터넷(IoT) 분야에 5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PC업계의 전설’ 마이클 델 회장이 이끄는 델테크놀로지스 역시 지난해 10월 에지 컴퓨팅에 1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에지 컴퓨팅 기술이 뭐길래 세계 IT 기업들이 앞다퉈 투자에 나선 것일까.
◆중앙처리가 아닌 분산처리
영어 단어 에지(edge)는 ‘가장자리’라는 뜻이다. 에지 컴퓨팅은 네트워크의 중앙이 아니라 가장자리에서 데이터를 처리한다는 의미다. 중앙 집중 처리 방식인 ‘클라우드 컴퓨팅’의 반대 개념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일상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사진을 클라우드 저장공간에 올리는 것부터 유튜브 영상을 온라인으로 편집하는 일, 웹브라우저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드는 일 등이 모두 클라우드 컴퓨팅에 포함된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쉽게 말해 고성능 컴퓨터가 업무를 대신 처리하는 기술이다. 사용자는 데이터 저장·처리, 콘텐츠 사용 등을 네트워크 중앙에 있는 서버에 맡길 수 있다. 컴퓨터 시스템 구축 및 유지·보수 비용을 아낄 수 있어 기업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최근에는 머신러닝, 빅데이터 처리 등 고성능 시스템이 필요한 업무를 클라우드 컴퓨팅이 대체하고 있다. 아마존의 아마존웹서비스(AWS), MS의 애저가 대표적인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다.
그러나 IoT 기기가 본격 보급되면서 클라우드 컴퓨팅은 한계에 부딪혔다. IoT 기기가 제공하는 데이터가 폭증하면서 중앙 컴퓨터가 이를 모두 처리하기 버거워졌다.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에지 컴퓨팅은 이런 한계를 분산처리 기술로 보완한다. 각 IoT 기기에서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는 현장에서 바로 처리한다는 개념이다.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가상현실(VR) 등 즉시 대처가 필요한 기술이 떠오르면서 에지 컴퓨팅은 4차 산업혁명의 필수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5G·인공지능 발전 따라 부각
에지 컴퓨팅은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부각됐다. AI를 오프라인에서 구현할 수 있게 되면서 IoT 기기를 통해 자체적인 데이터 처리가 가능해진 것이다. 구글이 지난해 10월 공개한 AI 카메라 ‘클립스’가 그렇다. 인텔의 AI 전용칩 모비디우스를 탑재해 사람 얼굴을 학습하거나 특정 순간을 자동으로 포착하는 기기다. 아마존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AI 카메라 ‘딥렌즈’도 같은 개념의 기기다.
5세대 이동통신(5G) 서비스 도입도 에지 컴퓨팅이 뜨는 배경 중 하나다. 내년 상반기 한국을 시작으로 5G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초고속·초저지연 데이터 전송이 가능해져 IoT 기기의 통신 능력이 향상된다. 통신사들은 사용자 가까운 곳에 모바일 에지 컴퓨팅(MEC) 환경을 구축해 데이터 지연시간을 줄이면서 망의 혼잡도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에지 컴퓨팅이 5G 서비스의 핵심 기술인 셈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들은 에지 컴퓨팅을 IT 기업의 새 먹거리로 주목한다. 가트너는 ‘2018년 10대 전략기술’ 리스트에 에지 컴퓨팅 기술을 올렸다. 트렌드포스는 에지 컴퓨팅 시장이 2022년까지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는 지난 4월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한국 기업도 컴퓨팅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를 인지하고 적합한 인프라 투자와 기술 개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에지 컴퓨팅
edge computing. 분산돼 있는 소형 서버가 데이터를 실시간 처리하는 기술이다. 네트워크 가장자리(에지)에서 먼저 데이터를 처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중앙 서버가 모든 데이터를 처리하는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과 대비된다. 실시간 대응이 필요한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등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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