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PEF 맹주' 가리는 한판.."탈락하면 내년 자금조달 명함도 못내밀어"
IMM PE·스틱·H&Q·KTB PE 등 사활
≪이 기사는 07월08일(17:0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사모펀드(PEF) 업계 최초로 운용규모가 2조원이 넘는 펀드와 1조원이 넘는 두번째 펀드가 등장할 전망이다. 큰손 국민연금이 사상 최대 규모인 4000억원을 PEF 운용사 두 곳에 출자하기 때문이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올해 국내사모투자 위탁운용사 선정을 위한 공고를 이달 말 낼 계획이다. 대형 PEF(라지캡)와 벤처펀드, 부실자산(NPL) 펀드, 세컨더리펀드(PEF 보유 기업을 인수하는 펀드) 등 총 1조9000억원 규모다. 오는 9월 제안서를 받아 연내 선정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PEF 업계의 관심은 2개의 PEF 운용사에 8000억원을 출자하는 라지캡 부문에 쏠려 있다. 국내 연기금·공제회 등 출자자(LP)들이 한 번에 4000억원을 ‘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6년 국민연금이 2500억원을 출자한 게 최대규모였다.
4000억원을 한꺼번에 내겠다는 ‘전주’가 등장함에 따라 2016년 IMM PE가 국내 최초로 1조원이 넘는 PEF(로즈골드3호·1조2500억원)를 만든 이래 2호와 3호 1조원짜리 펀드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졌다. 국민연금으로부터 4000억원을 투자받는 조건은 나머지 LP들로부터 4000억원을 더 모아 국민연금 돈의 비중을 절반 이하로 낮추는 것이다. 국민연금 돈을 받은 운용사들이 자금조달을 마무리하면 일단 8000억원을 넘는 PEF 2곳이 나온다. 이 것만으로도 역대 토종 PEF의 2~3위 순위가 다 바뀐다. 여기다 교직원공제회, 산업은행, 우정사업본부, 행정공제회, 농협중앙회,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 주요 LP들의 출자일정과 규모를 감안하면 1조원짜리 PEF는 무난히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IB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1조2500억원짜리 PEF를 만든 경험이 있고, 이 과정에서 해외 LP들의 자금을 모으는 노하우도 확보한 IMM PE가 국민연금 위탁운용사로 선정되면 사상 최초로 2조원이 넘는 PEF가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도 하고 있다.
운용규모가 1조원, 2조원에 달하는 공룡 펀드가 만들어지면 베인캐피털, 칼라일그룹, 텍사스퍼시픽그룹(TPG),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MBK파트너스 등 외국계 운용사나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운용사들과도 겨뤄볼 만하다는 분석이다. 지금까지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거래가격이 5000억원을 넘는 대형 거래는 대기업이 뛰어든 경우가 아니라면 외국계 PEF들이 독점했다. 대형 운용사라고 해도 펀드 크기가 커봐야 5000억~7000억원 수준이어서 대형 M&A에 과감하게 치고 들어갈 여력이 없어서였다.
국민연금이 4000억원을 내놓은 것도 대형 토종 PEF의 등장으로 외국계 PE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2016년 IMM PE가 외국계 PE들을 꺾고 우리은행 지분 6%(4500억원) 인수한 것도 1조2500억원 짜리 펀드가 있어서 가능했다는 판단이다. PEF 업계 관계자는 “IMF 외환위기 직후 외국계 자본이 헐값에 국내 알짜기업을 싹쓸이하는데 대항해 2005년 정부가 도입한 PEF 제도가 드디어 본래의 취지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IMM PE와 스틱인베스트먼트, H&Q코리아, KTB PE 등이 선정 경쟁에 나설 후보로 꼽힌다. ‘토종 PEF의 맹주’를 가리는 성격이 짙어 대형 운용사들의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또다른 PEF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 돈 4000억원을 받는 운용사와 그렇지 못한 운용사의 격차가 순식간에 벌어질 한판 승부”라며 “‘탈락은 곧 내년 자금조달 시장에서 명함도 내밀지 못할 처지가 되는 것과 다름없어 운용사들이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한앤컴퍼니, VIG파트너스,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자산운용PE, 미래에셋대우PE 등 후보군들은 내실과 지배구조를 다진다는 이유로 불참할 전망이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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