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뉴욕 증시의 No.1 큰 손 : 바이백하는 기업

입력 2018-07-10 08:18   수정 2018-07-10 08:55


“미국 증시에서 주식을 사는 주체는 기업 밖에 없다. 몇 년 전부터 뉴욕 증시는 오로지 스톡바이백(자사주 매입)에 지탱하고 있다.”

최근 만난 월스트리트 금융사 관계자의 말입니다.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올해 미국 기업들은 엄청난 바이백에 나서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기업들은 올해 8000억달러(약 889조원) 규모의 주식을 바이백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유동성이 넘쳤던 2007년의 5891억달러를 뛰어 넘는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실제 시장분석업체인 TrimTabs에 따르면 기업들은 1분기 2421억달러의 바이백을 발표했으며, 2분기에는 그 액수가 4336억달러로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S&P500 기업 중 무려 350곳이 올해 자사주 매입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나이키가 150억달러, 월그린이 100억달러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습니다. 6월에만 31개 기업이 10억달러 이상의 바이백을 공표했습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법인세 감세와 경기 호황으로 이익이 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됩니다.

통상 기업이 자사주 매입을 하면 주가가 오릅니다. 하지만 미국 증시는 지난 2월 이후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바이백에 나선 350개 기업 중 57%는 주가 상승률이 전체 평균(3.2%)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자사주 매입 규모가 큰 100개 기업의 주가 상승률도 1.3%에 그칩니다.

오라클의 경우 올해 120억달러의 자사주 매입에 나섰지만 지난 주까지 주가는 6% 하락했습니다. 맥도날드는 16억달러를 썼지만 7.4% 떨어졌구요. 45억달러 어치를 사둘인 뱅크오브아메리카와 JP모간체이스도 각각 5%와 2.7%씩 내렸습니다.

게다가 기업들은 배당으로도 막대한 돈을 주주에게 돌려주고 있습니다. S&P500 기업들은 2분기에만 1116억달러 배당금을 나눠줬습니다. 올들어 지금까지 작년 동기보다 7.8% 증가한 2208억달러를 배당에 썼습니다.


기업들이 바이백을 하는 동안 다른 투자자들은 돈을 빼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지난 6월 주식형 펀드에서 월간 기준 사상 최다인 237억달러를 찾아갔습니다. 2분기 순유출 규모는 202억달러로 대선 직전인 2016년 3분기 이후 최악의 유출을 보였습니다.

하버드대 제시 프라이드(로스쿨)과 찰스 왕(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최근 WSJ 기고를 통해 자사주 매입이 실제 기업 경영진들의 이익을 위해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바이백을 해서 주가를 높임으로써 이와 연계된 자신들의 경영성과를 높여 막대한 보너스를 타간다는 겁니다. 또 기업이 바이백을 할 때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을 팔아 더 많은 부를 챙기기도 합니다.

이에 따라 자사주 매입에 쓰는 돈을 생산설비나 연구개발에 투자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뉴욕주 상원의원인 척 슈머 의원 등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기업의 바이백을 거부할 권한을 갖는 법안을 내놓았습니다. 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 의원(메사추세츠)은 아예 모든 공개 시장 자사주매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기업들의 기록적 바이백은 계속되긴 어렵습니다. 경제예측기관인 컨퍼런스보드에 따르면 기업들의 자본 지출은 2018년에는 6.6% 증가하지만, 2019년에는 증가율이 5%로 완만하게 낮아집니다.
바이백이 줄어드는 뉴욕 증시는 향후 어떻게 될까요.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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