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국민연금, 주식 절반 의결권 외부에 맡기기로

입력 2018-07-10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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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추진


≪이 기사는 07월10일(13:3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보유액 중 45%의 의결권 행사를 외부 위탁운용사에 위임하기로 했다. 이달 말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주주권 행사 지침) 도입을 앞두고 국민연금도 일본처럼 주식 운용뿐 아니라 의결권 행사도 민간 운용사에 맡겨야 한다는 지적을 일부 수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정부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투자일임업자의 의결권 행사를 허용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액 중 위탁운용사에 맡긴 간접 투자분에 한해 의결권 및 주주권 행사를 외부 운용사에 위임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현재 국민연금은 131조원의 국내 주식 중 71조원은 직접 운용하고 60조원은 민간 운용사에 위탁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위탁 방식은 신탁이 아닌 투자일임이다. 자본시장법은 투자일임업자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금융위는 최근 투자일임업자의 의결권 행사를 허용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금융위는 입법예고에서 “투자일임업자가 연금이나 공제회 등으로부터 의결권을 위임받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되, 계열회사 등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및 의결권 교차 행사 등은 금지한다”고 밝혔다. 예컨대 삼성자산운용이 국민연금으로부터 운용을 위탁받았다면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삼성그룹 계열사에 한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뜻이다.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관계자도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9일 회의에서 위탁운용하는 주식에 한해 의결권을 외부에 맡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이달말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해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면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기업을 통제하는 ‘연금사회주의’가 현실화될 것을 우려해왔다. 이에 일본 공적연금(GPIF)처럼 주식 투자와 의결권 행사를 모두 위탁 운용사에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가 간접 투자만이라도 의결권 행사를 민간에 맡기도록 한 건 이같은 시장 우려를 일부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연금사회주의 가능성을 원천차단하기 위해 GPIF의 국내 주식 직접 보유를 아예 금지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국내 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 772개다. 지분을 1% 이상 보유하고 있거나 국민연금 전체 주식 운용액의 0.5%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이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도 280개에 달한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후 단순 의결권 행사를 넘어 주주권 행사를 강화할 경우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이 중 절반 정도는 민간 운용사에 의결권 및 주주권 행사를 위탁하기로 함에 따라 다소 분산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위탁운용사들이 의결권 행사 시 스튜어드십코드를 준수하는지 여부를 점검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다만 70조원에 달하는 직접 투자분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이 직접 의결권을 행사할 예정이어서 ‘반쪽자리 임시방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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