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1위 기업 늘어나는데
한국은 작년 수준서 정체
中, 하이테크 분야 美 맹추격
스마트폰 中 3社 점유율 24%
5G 등 통신설비도 약진
[ 도쿄=김동욱/오춘호 기자 ] 71개 주요 상품과 서비스의 세계 시장 점유율 변화를 조사한 결과 고부가가치 정보기술(IT)이 미국과 중국 일본 한국 등 글로벌 기업의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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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發) IT 구도 대격변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를 보면 D램과 감시카메라, 클라우드 서비스 등 7개 IT 분야는 지난해 시장 성장률이 30%를 웃돌았고, 이들 시장에선 한결같이 중국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스마트폰 분야(출하대수 기준)에선 삼성전자(21.6%)와 애플(14.7%)의 양강 구도가 흔들리는 모습이 나타났다. 3~5위를 화웨이, 오포, 샤오미 등 중국 기업이 차지하면서 3개사의 시장점유율 합계는 24.3%로 삼성전자 점유율을 웃돌았다. 화웨이는 점유율 10.4%로 ‘3강 구도’까지 노려볼 만한 수준으로 성장했다.
5G(5세대)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이동통신 인프라 분야에서도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이 약진하고 있다. 지난해 화웨이는 터줏대감 격인 스웨덴 에릭슨을 제치고 시장 선두(출하액 기준)에 올라섰다. ZTE도 4위를 차지했다. 중국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구도를 바꿔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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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중국 기업이 시장 주도권을 잡은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감시카메라를 주요 도시에 적극 도입하면서 해당 분야에서 중국 기업의 장악력이 강화되는 모습이다. 중국 하이크비전(31.3%)과 다화테크놀로지(11.8%)가 나란히 감시카메라 세계 시장 점유율 1, 2위를 차지했다.
미국 기업의 아성에 도전하는 중국 기업도 늘고 있다. 라우터 분야에선 미국 시스코시스템스(61.3%)가 여전히 1위지만 화웨이(15.0%), H3C(4.2%), ZTE(4.2%) 등 중국 기업들이 추격에 나서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중 무역전쟁의 배경에는 하이테크 분야에서 미국을 맹추격하는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자리잡고 있다”며 “세계 1위 기업 분포도에서도 이 같은 변화상이 잘 드러나고 있다”고 전했다.
◆과도한 ‘삼성전자 쏠림’
세계 1등 품목 조사에서 미국은 일반 의약품(화이자)과 반도체 장비(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등 24개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며 경제 강국의 면모를 과시했다. 클라우드 서비스(아마존)와 사이버보안(시만텍), 스마트폰 운영체제(구글)에서도 시장을 선도했다. 일본은 이미지센서(소니), 리튬이온전지용 절연체(아사히가세이), DSLR 카메라 및 일반 디지털카메라(캐논) 등 10개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전년보다 2개 더 늘어난 수치다. 중국도 8개에서 9개로 1등 품목이 하나 증가했다.
하지만 한국은 시장 경쟁력이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 미·중·일이 모두 전년 대비 세계 1위 기업 수를 늘린 데 비해 한국은 전년과 같은 7개 분야에서 1위 자리를 유지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삼성전자가 스마트폰과 D램, 낸드플래시, 평면 TV, 중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5개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삼성전자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조선업에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한국 조선 3사가 1~3위를 차지했지만 해당 업종이 글로벌 업황 악화와 공급 과잉 등으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만큼 내실이 적다는 분석이다.
대대적인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약진하는 상황에서 지난해 LG디스플레이가 점유율 27.9%로 1위, 삼성전자가 13.9%로 3위를 기록했지만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오춘호 선임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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