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기열 기자 ] 오는 10월부터 재건축 등 정비사업 시공사가 되기 위해 조합에 금품을 살포한 건설사는 시공권을 박탈당하거나 공사비의 최대 20%를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 재건축 수주를 위해 건설사 간에 벌어지는 과도한 경쟁을 막기 위한 조치다.
국토교통부는 재건축 수주 경쟁에서 발생한 비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공포됨에 따라 세부사항을 정한 시행령을 12일 입법 예고한다고 11일 밝혔다. 개정안은 의견 수렴을 거쳐 10월 확정하며 같은 달 13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건설사가 정비사업 시공사로 선정되기 위해 조합 등에 금품을 제공하면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시공권을 박탈할 수 있다. 혹은 금액에 비례해 과징금을 부과한다. 금품 제공 규모가 3000만원 이상이면 공사비의 20%, 1000만원 이상~3000만원 미만이면 1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고 2년 동안 정비사업에 입찰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또 금품 제공 규모에 따라 최소 1년 이상 최대 2년간 재건축 입찰 참여를 차단한다.
건설사가 직접 나서지 않고 홍보대행사 등 용역업체를 통해 금품을 제공했을 경우도 건설사가 직접 제공한 것과 동일한 기준으로 처벌한다. 그동안 건설사가 용역업체를 앞세워 금품 지급 등 각종 위법행위를 하고도 적발되면 꼬리 자르기식으로 책임을 회피해 온 관행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국토부는 기대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른 법에 비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건설산업기본법에서는 1억원 이상 수수 시, 국가계약법에서는 2억원 이상 수수 시 최대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더 적은 금품을 제공해도 정비사업에서는 최대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입찰 참가가 제한된 업체가 입찰에 들어오는 것을 막고 부적격 업체로부터 조합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입찰 참가 제한 업체와 사유, 기간 등을 인터넷에 게시해 일반에 공개하도록 하는 절차 기준도 마련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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