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명저] "脫자본주의 사회 가장 중요한 자원은 지식"

입력 2018-07-11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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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드러커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


“탈(脫)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는 더 이상 자본도, 토지도, 노동도 아닌 지식이 될 것이다. 탈자본주의 사회의 주도적 사회집단은 자본가와 전통적 프롤레타리아가 아니라 지식경영자와 지식근로자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평가받는 피터 드러커(1909~2005)는 경제적 재원을 제대로 활용하고 관리하면 인간 생활을 더 향상시키고 사회 발전을 제대로 이룰 수 있다고 믿었다. 그가 이런 신념에 따라 ‘지식’이란 새로운 생산수단을 경영에 접목해 1993년 펴낸 것이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키워드는 지식사회로의 전환이다. 드러커는 자본주의적 시장 구조와 기구는 그대로 존속하겠지만, 주권국가의 통제력은 약해지고 전문지식을 갖춘 지식경영자와 지식근로자 중심의 글로벌화한 사회가 도래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책을 펴낸 때는 소련의 붕괴로 공산주의 체제에 대한 자본주의 진영의 승리감이 팽배하던 시기였다. 드러커도 소련의 붕괴와 공산주의의 실패를 예견했다. 드러커는 “서양 역사상 200년 만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며 중세 유럽의 르네상스, 산업혁명 등을 꼽았다. 이어 “산업혁명 이후 약 200년이 지나 또 한 번의 전환 시대를 맞았다”며 “전환기에는 세계를 보는 관점과 기본적 가치관, 사회적·정치적 구조들이 재조직된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맞이할 새로운 사회는 탈자본주의적이며, 이런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지식”이라고 강조했다.

"생산성 혁명이 공산주의 패배시켜"

경제 발전의 극적인 변화를 가져온 산업혁명과 생산성 혁명은 지식을 작업에 적용한 결과라는 게 드러커의 주장이다. 그는 “1750년부터 약 150년 동안 자본주의와 기술은 이 지구를 정복하고, 새로운 문명을 창조했다”며 “지식은 작업도구와 제조공정, 그리고 제품에 적용됐고, 이게 산업혁명을 일으키는 원동력이었다”고 강조했다.

드러커에 따르면 1880년대부터 제2차 세계대전 무렵까지는 산업혁명 바탕 위에서 ‘과학적 관리법’ 등 새로운 의미의 지식이 가미돼 생산성 혁명을 일으킨 시기였다. 그 이후 75년 만에 생산성 혁명은 프롤레타리아들을 소득이 거의 상위권에 드는 중산층 부르주아로 바꿔놨다. 드러커는 “이런 생산성 혁명은 계급투쟁과 공산주의를 패배시켰다”고 했다.

마르크스가 주장한 자본주의의 종말이 오지 않은 이유는 생산성 혁명 때문이라는 것이다. 드러커는 “프레데릭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이 탄생한 이후 모든 선진국에서 생산성은 거의 50배 증가했다”며 “이런 미증유의 생산성 증가야말로 생활 수준과 삶의 질을 향상시켜 준 근원”이라고 강조했다.

산업혁명과 생산성 혁명에 이은 지식의 마지막 단계 변화는 경영 혁명이다. 드러커는 경영자에 대한 정의를 ‘다른 사람들의 성과에 책임을 진다’는 전통적 의미에서 ‘지식의 적용과 성과에 책임을 진다’로 바꿨다. 전통적 경제 이론에 따르면 경제의 생산요소는 토지, 자본, 노동이다. 하지만 드러커는 지식사회에서는 지식이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 역할을 한다고 했다.

"지식노동자가 자본의 역할 대체"

그는 “지식 자체가 산업혁명과 생산성 혁명, 경영 혁명의 자원이 됐고, 지식을 자산으로 가진 지식노동자가 등장한 세계가 만들어졌다”고 했다. 경영자의 역할은 경영에 어떤 새로운 지식이 필요한지, 지식이 효과를 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지식을 어떻게 잘 적용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드러커는 “생산적인 곳에 자본을 투자하는 자본가처럼, 지식을 배분하는 지식경영자와 지식을 작업도구나 제품에 잘 적용하는 지식노동자가 지식사회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드러커가 규정한 지식사회란 이렇게 지식경영자, 지식노동자가 자본의 역할을 대체하는 데까지 발전한 사회다.

드러커는 1959년 지식근로자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했을 때부터 머리를 써서 가치를 생성하는 시대를 예측했다. 30여 년 뒤 드러커는 땅, 노동, 금융자산보다 중요한 경제적 자산이 지식이라고 확신했고, 이런 시대를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라고 불렀다.

특히 지식사회로의 전환 과정에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식은 그 자체가 변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학습을 요구한다”며 “대량소비 체계에서는 교육이 괜찮은 보통 사람을 만들어내는 데 초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학생뿐만 아니라 모든 성인에게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의 교육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드러커는 국가의 역할과 관련해선 “지금은 국가가 경쟁하는 시대가 아니라 산업과 기업이 세계적으로 경쟁하는 시대”라며 “국가는 산업이나 기업이 세계에 나가 경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드러커의 진단과 예측이 정확히 맞아떨어지느냐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그러나 그가 산업화가 가속화되기 훨씬 이전 지식사회라는 개념을 최초로 체계적으로 분석해 지식 경영의 새 장을 연 위대한 석학이라는 데는 이견이 별로 없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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