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사라질 판에… 현대車·현대重 노조, 해마다 '습관성 파업'

입력 2018-07-13 17:45  

車·조선 덮치는 '파업 전운'

연봉 9000만원에도 "더 달라"
현대車, 올 1분기 영업익 반토막
판매부진에 관세폭탄 우려 덮쳐
현대重도 '수주절벽'에 잇단 적자
19일부터 나흘간 추가 파업 예고

"美 20~25% 고율관세 때리면
앨라배마 공장 폐쇄할 수도"
현대車 노조 '협박성 논평' 논란



[ 도병욱 기자 ] 한국 자동차·조선산업에 비상벨이 울렸다. 사상 최악의 위기가 닥친 상황에서 산업을 대표하는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노조가 파업을 강행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노조의 파업으로 두 회사의 영업실적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산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회사는 최악 위기 맞았는데…

현대차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조5757억원이었다. 2016년과 비교하면 11.9% 줄었다. 이 회사의 연간 영업이익이 5조원을 밑돈 건 국제회계기준(IFRS)이 적용된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올해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 1분기에는 6812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1조2508억원)과 비교하면 ‘반 토막’ 수준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분기(-3941억원)에 이어 올 1분기(-1238억원)에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하반기에도 흑자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영실적만 악화된 게 아니다. 현대차는 극심한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고, 현대중공업은 ‘수주 절벽’에 직면했다. 지난해 현대차가 세계시장에서 판매한 차량은 450만6527대로 2016년보다 6.4% 줄었다. 중국과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부진했다.

미국발(發)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면 심각한 경영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이 수입자동차에 20~25%의 고율 관세를 매기면 현대차는 미국 수출을 사실상 접어야 한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에 30만6935대를 수출했다. 전체 수출량의 31.8%에 달한다.

현대중공업은 다음달부터 해양플랜트 야드(작업장) 가동을 중단한다. 2014년 이후 해양플랜트를 한 건도 수주하지 못해 일감이 없기 때문이다. 2015년 이후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선까지 내려가면서 해양플랜트 발주 자체가 줄어든 데다 최근 재개되는 발주 물량은 높은 인건비 탓에 싱가포르와 중국 등 경쟁국에 뺏겼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수익성이 높은 해양플랜트 수주 물량이 없어지면서 유휴인력이 약 3000명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선박 수주 상황도 나쁘다. 2014년 말 선박 수주 잔량은 145척이었지만 지난달 말엔 94척으로 줄었다.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의 위기는 고임금·저효율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평균임금이 갈수록 높아지다 보니 제품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고 경쟁사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직원의 평균연봉은 각각 9200만원, 6260만원이었다.

◆“파업이 위기 키운다” 우려도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의 파업이 두 회사의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으로 생산라인을 멈추면서 그나마 잘 팔리고 있는 신형 싼타페 등의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싼타페는 현대차의 대표적인 인기 차종이고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만드는 족족 팔린다고 보면 된다”며 “노조가 이 시점에 파업을 강행하면서 싼타페 판매에 타격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파업은 일감 부족 현상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다. 선박을 발주하는 선사들은 납기를 중시하기 때문에 노조가 파업을 반복하는 회사에 발주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현대차 노조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해 미국 측을 자극했다는 설명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2일 논평을 통해 수입차에 20~25% 수준의 관세를 매기겠다는 미국 정부를 공격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미국 수출이 봉쇄돼 현대차 경영이 악화되면 미국 앨라배마 공장이 먼저 폐쇄돼 2만여 명의 미국 노동자가 해고 위험에 처해질 수 있다”는 단락이었다. 문구 자체는 ‘우려’였지만 일부 미국 인사들이 이를 ‘협박’으로 받아들여 항의가 쏟아졌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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