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키우고 늘리는 정책을 써야
백자욱 < 창원대 교수, 창원미래성장포럼 대표 jwbaek@changwon.ac.kr >
한국 경제가 총체적 위기다. 투자와 소비는 내리막길에 접어들었고, 그나마 호조를 보이던 수출은 꺾여버렸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 같은 친(親)노동 행보로 인한 ‘일자리 참사’의 그늘도 걷힐 기미가 안 보인다. 미국과 금리가 역전돼 급격한 자본유출이 우려되는 가운데 사상 유례없는 미·중 무역전쟁의 삼각파도가 덮치기 직전이다. 이런데도 기득권 노조는 여전히 파업 타령이다. 정부는 규제개혁엔 손도 대지 않은 채 실패한 소득주도성장 정책만 붙잡고 있다.
케인스의 균형 국민총수요이론은 ‘Y(국민소득)=C(민간소비)+I(투자)+G(정부지출)+NX(순수출)’로 구성된다. 여기서 소비를 나타내는 C가 늘어나면 국민소득 Y도 증가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기업의 투자로 대변되는 I가 식어가고 있는데 정부지출 G를 일방적으로 늘려서 C를 높이려 한다면 결국 그 순환고리가 끊어지게 된다. 왜냐하면 G를 버텨줄 충분한 세금이 걷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C가 올라가면 올라간 것만큼 기업의 투자로 이어져야 일자리가 늘고 양질의 소비가 는다.
그러나 정부는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은 뒷전이고 어떻게 하면 일시적으로 일자리를 만들 것인가에만 몰두하고 있다. 청년을 고용한 사업주에게 1년에 900만원을 지급해주고 나면 3년 뒤 그 청년은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사업주는 늘어난 임금을 감당 못 하게 되면 그 청년을 해고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청년은 백수로 돌아갈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3년간 기술을 익히고 일을 배우면 사업주가 청년을 고용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10만원도 아니고 월 80만원의 임금하락을 감수하면서까지 버틸 청년이 몇이나 되겠는가.
답은 나와 있다. 청년 고용에 대해 임시방편으로 임금을 보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청년을 고용할 수 있는 기업을 늘리는 것이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이고, 제조업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할 시점이다. 이런 때일수록 대학이 제대로 된 인력을 배출할 수 있도록 지원을 집중하고,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다져나가야 한다. 그것이 속도는 느리더라도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며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 기반을 다지는 비결이다.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논리도 간단하다. 미국에 팔 물건은 해외가 아니라 미국 내에서 만들게 해 미국 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임금이 싼 멕시코에 공장을 두고 미국 시장에 수출하는 기업은 이제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미국 내 일자리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는 비결이다. 중국과의 무역전쟁도 결국 미국 내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볼 수 있다.
잘못된 정책은 빨리 수정해야 한다. 재벌을 ‘적폐’라고 하며 간섭하고 못살게 굴기보다 그런 대기업을 열 개, 백 개 더 생기게 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기술이 세계를 지배하는 세상이다. 하루빨리 기업들이 연구하고 투자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일자리가 늘고, 일자리가 늘면 소비가 증가해 결국은 소득이 증가한다는 거시경제의 기본이념을 인식하기 바란다. 경제성장의 엔진이 차갑게 식어버리면 집권여당에 대한 높은 지지율도 하루아침에 떨어진다. 기업을 살리는 정책을 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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